[일과 생각] 위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더 잘 보인다

입력 2016-05-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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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장

요즘 조선 및 해운산업의 ‘위기’에 관한 언론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해당 산업의 문제점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일찍 포착하지 못한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단다. 과연 위기란 어떻게 포착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것일까?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거시경제적으로는 글로벌 불균형과 장기간 지속된 낮은 실질금리가 신용팽창과 자산거품을 야기해 발생했지만, 미시경제적으로는 위험선호 확산과 리스크 평가 및 관리 부실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었으며 이에 대해 정책당국이 적절한 규제를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2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독립검증위원회 조사·검증보고서’를 간행했던 ‘일본재건이니셔티브’가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 9개의 사각지대’라는 책을 펴냈다. 이들은 원전사고 리스크를 상정외(想定外)로 치부해버려 위기 대응에 필요한 대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위기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어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9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한편 ‘신호와 소음’의 저자 네이트 실버는 ‘빅 데이터’ 시대에 왜 그렇게 많은 예측들이 빗나가는지 묻는다. 엄청난 정보망을 자랑하는 미국은 왜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32명이나 배출한 미국 경제학계가 왜 2008년 금융위기의 무수한 신호들을 무시했을까? 그는 무의미한 소음들과 서로 경쟁하는 다른 신호들 사이에 섞여 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이를 미리 알려주는 유용한 신호를 찾아내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통계학을 기반으로 산더미 같은 데이터 속에서 어떻게 잘못된 정보(소음)를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결국 신호 포착 못지않게 유용한 신호를 골라내는 능력, 곧 신호를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 유리한 신호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좀 더 낙관적인 결과를 좇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위기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네이트 실버는 예측을 잘하는 전문가가 되려면 “여우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여우와 같은 예측가는 세상이 돌아가는 과정을 예측할 때 인간의 판단이 미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인정한다. 한계를 인정하면 신호를 더 많이 모으려고 노력하고, 결과적으로 좀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어느 순간 검은 백조로 변하여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사건을 수습하기보다는 검은 백조의 출현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겪은 우리는 “자기가 보고자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바라보고자 하는 자세와 맞붙어 싸워야 한다”는 골드만삭스 수석 경제전문가 얀 하치우스의 깊은 내공이 담긴 조언을 항상 염두에 두고 면밀한 상황 파악으로 위기를 잘 포착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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