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 그때 한화에 넘겼다면.."

입력 2016-05-19 08:20 수정 2016-05-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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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실기 자성론..분석보단 선택이 중요

“기업 구조조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감히 결단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른다.”

최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타이밍이다. 환자의 환부를 빨리 도려내지 않으면 온 몸 구석구석으로 종양이 옮겨간다. 적기에 적절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구조조정의 최전방에 서 있는 KDB산업은행의 수장인 이동걸 회장 역시 이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기업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겠지만, 너무 느슨하게 진행해 실기(失期)하는 일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을까.

2년전 대다수 전문가들은 조선·해운업 위기를 예견했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해운사와 조선사는 호황을 기대라도 한듯 장기 계약을 늘렸고, 정부는 이를 방임했다.

결국 분석보다는 ‘선택과 행동’이 문제였던 것이다.

◇구조조정 실기 사례…STX조선·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수두룩=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발표한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워크아웃이 개시된 39개 상장기업 가운데 국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반 시중은행과 비교해 2.5년가량 지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책은행은 기업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보다 기업 회생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산은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기업으로는 STX조선해양이 손꼽힌다. 부실이 감지되는 기업에 오히려 자금지원을 늘려 구조조정 시점이 지연된 경우다.

채권단은 STX조선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후 4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STX조선의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STX조선은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3000억원 넘는 손실을 냈다.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시중은행들은 이미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탈퇴했다.

최근 정부가 조선ㆍ해운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독려하자 산은이 STX조선에 대한 재실사에 돌입, 현재 법정관리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보유 채권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산은이 해운사의 경영상황과 해운업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낙관했고, 그 과정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한진해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용선료 협상 등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며 “한진해운의 영업이익과 재무제표 상의 현금흐름만 보고 낙관한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산은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한 경우도 있다. 동부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산은이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패키지딜과 자산 매각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쏟아내는 등 산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우조선 그때 한화그룹에 매각했다면” =산은은 국내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투자 및 출자전환을 통해 다수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문제는 투자 회수의 시점이다. 적기에 지분을 매각해 투자 회수를 극대화하는 것이 시장 논리지만, 이는 그리 쉽지 않은 문제다.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해 투자한 기업은 올해 1분기말 기준 총 145곳이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돈은 총 36조6388억원이다.

장부상 평가 손실이 난 투자처는 모두 85곳으로 전체의 58.6%를 차지하며, 이들 투자처에서 발생한 평가 손실 규모는 2조9600억원으로 원금의 8.1% 수준이다

지난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 4조2000억원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이 적기 매각을 놓친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2007년 6만원을 훌쩍 넘긴 대우조선 주가는 최근 4000∼5000원에 머물러 있다. 당시 주가의 1/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우사태가 터지고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산은은 2008년 초 대우조선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했다. 당시 본입찰에는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이 응찰했고, 산은은 인수대금으로 6조원 가량을 제시한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화 측에서 매각대금을 기한 내에 넣지 못해 매각절차가 중단됐고, 대우조선은 그 이후 수차례 매각절차를 진행했지만 아직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연내 매각을 앞둔 산은의 비금융 자회사는 46곳이다. 여기에 지분 5% 이상 출자한 비금융사 377개 가운데 출자전환기업(5% 이상) 34개와 중소·벤처기업(15% 이상) 98개 등 132개는 3년 내 우선 매각 대상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지엠(GM)은 비토권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주가가 너무 높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부제철은 재무구조 개선에 따라 매각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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