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ㆍ지민에 대한 비난과 반박, 논란의 본질은?...스타는 규범의 내레이터 모델일까?[배국남의 눈]

입력 2016-05-19 08:54 수정 2016-05-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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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선 AOA의 지민과 설현.(사진=뉴시스)
▲논란의 중심에 선 AOA의 지민과 설현.(사진=뉴시스)
“안중근 의사도 모르는 역사 무뇌아” “무식한 게 왜 대국민 사과의 주제인가” “역사 교육의 문제” “지민과 설현에 가해지는 비난은 올바른 역사관의 외피를 쓴 폭력” “학습권을 외면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함정” “방송사의 출연자 안중에도 없는 시청률 지상주의의 본보기” …

비난과 반박, 논란들이 끝이 없다.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이 3일 방송된 케이블TV 온스타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채널 AOA’에서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것에서 촉발된 대중과 전문가의 비난과 반박,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설현과 지민은 SNS와 신곡 쇼케이스장에서 “좋지 않은 일로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서 정말 죄송하다.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의 눈물의 사과까지 했다.

설현과 지민을 향한 비난과 반박, 논란은 두 사람의 역사지식에 대한 무지 질타, 연예인을 향한 묻지마식 비난에 대한 반박, 자극적 방송제작관행의 고발, 아이돌 육성과 역사교육의 문제에 대한 담론 제안까지 다양하다.

설현과 지민에 대한 논란의 본질의 저변에는 연예인의 특성, 연예인의 공인여부, 연예인을 소비하는 대중의 심리 등이 다양하게 얽혀있다.

방송직후 쏟아진 대중의 비난과 그 비난에 대한 비판의 상당부분은 연예인의 공적 역할 즉 공인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예인은 이제 단순히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 끝나지 않는다.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에서부터 가치관, 사회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디어학자 아더 아사버거는 “스타들은 사람들에게 모방할 모델을 제공하며 그래서 사람들이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고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스타는 지식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자이며 대중을 선도하는 자”라고 했다. 영화비평가 파커 타일러는 “스타는 현대의 종교에 의해 채워지지 않는 욕망까지 충족시켜준다”고 했다.

인기 연예인을 일정 정도의 공적 역할을 하는 공인으로 보는 시각이 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를 모른 것에 대해 설현과 지민에 대한 비난과 반박을 하는 것이다. 대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인인 연예인이 안중근 의사도 모르느냐는 비난과 공인도 아닌데 이렇게 비판받아야하느냐는 의견이 분출된 것이다.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의 논란은 전문가나 일반인들, 심지어 연예인들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다. 물론 연예인과 일반인들 다수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연예인노조가 탤런트, 희극인 등 노조원 4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연예인은 사회적 공인이라고 답했고 연세대 영자신문사‘The Yonsei Annals’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63.2%가 연예인은 공인이라고 인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연세대 윤태진교수는 “공인을 한두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겠으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 공공에 대한 기여와 역할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함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공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관습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반면 미국의 존 딘 변호사는 저명성으로 인해 사회적인 일에 역할을 맡거나 공공의 의문을 해결해 낼 것으로 생각하는 이가 공인(Public Figures)이며 줄리아 로버츠, 마돈나 같은 스타 연예인은 설득력과 영향력이 매우 커 공인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설현과 지민에 대한 비난과 논란은 스타나 인기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관계가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교수가 저서 ‘대중문화 연구와 문화비평’에서 언급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만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스타들이 대중에게 귀감이 되어야한다는 조작적 당위성이 가미돼 있고 우리 사회에서 공인으로서의 연예인에 대한 통념들이 개인의 감성과 취향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자기 결정권이 배제되는 보편적 도덕심을 가져져할 자, 혹은 건전 사회 만들기를 위한 내레이터 모델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지적은 설현과 지민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인터넷,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설현과 지민에 대한 논란과 비난, 반박은 스타와 연예인을 소비하는 대중의 심리도 한몫한다. 많은 사람들은 배우, 탤런트, 가수 등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속속들이 알려고 하고 나름대로 취득한 그 정보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그 정보의 진위여부를 추적하는 양태를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Claims to Fame’의 저자 조슈아 겜슨은 “연예인을 바라보는 수용자(대중)는 연예인의 세계에 대해 매스미디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광범위한 해석상의 전략을 사용 한다”고 주장한다. 겜슨은 대중은 연예인에 대한 험담과 진실추적을 하면서 연예인과의 반응 게임을 즐기며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즐겁게 받아들이거나 사실무근의 험담이라는 기상천외한 대화로 확대시켜 즐거움을 얻으려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설현과 지민에 대한 논란과 비난의 이면에는 이런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당신은 설현과 지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그리고 이들에 대한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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