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86)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올 1분기에 10억7000만 달러어치의 애플 지분을 사들여 비상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애플 지분을 매입한 장본인은 따로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애플 주식 매입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버핏의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다. 그간 버핏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기술주 투자는 철저히 외면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 주식 매입을 놓고, ‘버핏의 투자 방침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FT는 버핏의 투자 철학이 바뀐 것이라기보다는 애플 지분을 매입한 장본인이 따로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콤스와 웨슬러는 최근 몇 년간 버크셔의 최대 규모 연금펀드에서 독립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상해 운용해왔으며 그 결과 애플에 10억 달러 베팅이 가능했다고 FT는 지적했다. 펀드매니저 출신인 두 사람은 버핏이 지난해 인수한 항공우주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츠의 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이 맡은 연기금 규모는 23억 달러로 버크셔 자회사의 연기금 중에선 최대 규모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버핏의 신뢰가 두텁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 연기금을 운용하면서 기존 버핏의 투자 행보와 전혀 다른 부분에 과감한 베팅을 해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지난달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콤스와 웨슬러는 특정 산업분야와 최근 10~15년 사이에 발전된 산업의 상황에 대해 광범위한 지식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투자 행보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콜롬비아대 경영대학원 출신인 콤스는 버핏과 동문이자 버핏과 같은 가치 투자자로 활동했다. 그는 4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캐슬포인트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며 2010년 버핏에 의해 발탁됐다. 그는 배터리업체 듀라셀과 프리시전캐스트파츠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버지니아 주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했던 웨슬러는 2010년 ‘버핏과의 점심’ 경매를 낙찰받은 인연으로 버핏과 인연을 처음 맺었다. 그 1년 뒤 260만 달러를 들여 또 버핏과의 점심 경매에서 낙찰받았고,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버핏이 그에게 스카우트를 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