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별빛 드리운 못

입력 2016-05-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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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드리운 못’은 우리 술을 같이 공부하는 회원 한 분이 만들어가고 있는 양조장 이름이다. 이분은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우리 술을 공부하기 전에는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는 한 시간도 쓰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이제 자신이 마실 술을 직접 빚는 단계를 넘어, 은퇴를 준비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양조장을 만들려는 것이다.

막걸리와 전통청주 등을 손으로 조금씩 빚는 데는 많은 장비와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고두밥을 지을 수 있는 시루, 대형 싱크대, 항아리나 스테인리스 통 등 약간의 주방기구만 있으면 충분하다. 농촌지역에서 전통주류 제조허가를 받기 위한 시설기준도 이 정도 설비에다 간이증류기를 갖추고 10㎡(약 3.3평) 이상 공간만 있으면 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이분은 현재 농가 한쪽에 창고로 쓰던 6평 정도 규모의 차고를 개조, 지역의 특산물 중 하나인 검정쌀을 이용해 여러 가지 주류제조 방법을 연구·실험하고 있다. 빌 게이츠 등 미국의 벤처 사업가들이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해 세계적 대기업으로 키웠듯 이분의 차고에서도 세계적 명주가 탄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이분이 꿈꾸는 제2의 인생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이 ‘별빛 드리운 못’에서 나오는 맛있는 우리 술을 맛보는 일은 일러야 내년 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전통주 주류제조 허가는 소규모라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국세청, 식약청 등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 때문에 오래 걸린다. 주류제조 허가를 받으려다가 지쳐서 전통주 사업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관련 공무원들이 순수한 열정의 ‘별빛 드리운 못’ 식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이분이 우리 술 빚는 법을 배우고, 차고를 개조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도와주면서 귀촌과 관련해 정책적 시사점도 얻었다.

최근 은퇴를 전후한 도시인들의 귀촌이 늘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귀촌인들은 농산물 생산과 소비 등 지역 내 경제활동은 활발하지 못하다. 이들이 지역경제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 중 하나는 주택을 짓거나 고칠 때 지자체가 5~10평의 주방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주방시설은 전통주와 과일주 등 술 빚기, 천연식초 만들기, 메주 띄우기, 김장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즉, 귀촌인의 친척, 친구들이 시골집에 놀러 와서 바비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사서 술을 빚고, 메주를 띄우고 김장을 담그는 등의 일을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귀촌인들에는 주방시설을 설치할 때 1000만~2000만 원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쌀, 콩, 과일, 배추, 고추 등 지역 농산물을 구매한 실적만큼 지원금액 상환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역 농산물 소비가 확대될 뿐 아니라 도시인들의 농촌 방문 빈도와 체류기간이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여기에다 귀촌인들이 도시에 갖고 있던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할 수 있고, 농산물 구매 등의 과정에서 귀촌인과 지역 농민 간 교류와 유대도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책상물림의 단순한 아이디어이지만 지자체에서 잘 활용한다면 투자비용에 비해 효과가 큰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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