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인력 구조조정이 최선일까

입력 2016-05-19 11:18 수정 2016-05-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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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자본시장부장

“큰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이 장사가 잘 안 된다고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몇 개 분점을 문 닫고 종업원 수를 줄인다고 다시 장사가 잘될까요. 먼저 다시 손님이 올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서울 여의도 어느 한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한 투자업계 모 대표가 주관심사로 떠오른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을 두고 한 말이다.

최근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에서 경영진이 가장 먼저 칼을 댄 것은 인력감축이다. 물론 업황이 어려워져 현재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고정비가 너무 많이 들어 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 경영진으로서도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인력감축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기업구조 개편에서 과연 인력구조조정이 최선의 답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니올시다’이다.

모 증권사에서도 구조조정 전문가를 자처하는 CEO가 내려와 개혁과 혁신의 칼을 댔다. 많은 부분에서 증권가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지만 결국은 지점 폐쇄와 기존 인력의 절반 가까이 명예퇴직을 시키며 인력구조 조정만 결과물로 남았다. 그렇다고 실적 개선이 이뤄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남 따라하다 영업적자 폭만 키우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재임기간 단기 성과에 뚜렷이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인력감축을 잘하는 것이 과연 구조조정 전문가일까.

구조조정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편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부실기업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은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중복성을 띤 사업 분야의 통폐합이나 축소, 인원 감축, 자산매각 등 수동적 의미의 구조조정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굳이 구조조정 전문가 CEO에게 높은 연봉을 주면서 할 필요가 있을까. 진정한 구조조정 전문가라면 현재 도태되고 있는 사업을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어야 한다.

인력감축의 여파로 다시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 사람이 없어 그 달콤한 과실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 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구조조정=인력감축’이라는 등식을 경영진이 너무도 당연시하는 분위기 같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두산그룹의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두산그룹도 경영상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인력감축의 카드를 꺼냈지만 이 같은 경영 마인드를 실천한다면 본받을 만하다.

현재 우리 경제를 이끈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 창업주의 경영 마인드를 지금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묘비에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자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는 글이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새겨져 있다. 그만큼 호암은 ‘사람이 전부다’라는 인재중시 철학으로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아산 정주영 회장도 “나는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귀한 것이 사람이고 자본이나 자원, 기술은 그 다음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인재를 무척 중시했다.

이들 창업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한국의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경영의 바탕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우량기업이 갑자기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이 과연 직원들의 책임일까. 물론 회사가 어려울 때 양보하지 않는 노조도 문제가 되겠지만 우량기업이 부실기업으로 하루아침에 전락하지는 않는다. 그 책임은 바로 경영진에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근로자의 연봉 몇 십배 몇 백배 이상을 최고 경영진에 주는 것을 용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조조정에 앞서 한 번 이들 경영진이 인력감축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지 우수한 머리를 이제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호암이나 아산이 왜 그렇게 사람을 중시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던 경영자처럼 손님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이뤄지길 내심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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