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정신감정 안받겠다"… 성년후견인 지정에 무게 실려 경영권 분쟁 종지부 찍나

입력 2016-05-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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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 측 “법원과 협의해 대안 모색”… 롯데 측 "안타깝지만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어"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병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을 지팡이로 밀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병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을 지팡이로 밀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여부를 위한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95) 총괄회장이 돌연 19일 퇴원했다. 원래 예정된 입원 기간은 2주정도다. 정신감정을 거부한만큼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커져 해를 넘으며 이어 온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곧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및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후 3시 20분께 퇴원 절차를 마치고 자신의 집무실인 소공동 롯데호텔로 출발했다.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와 김수창 변호사(법무법인 양헌) 등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측 인사들의 수행을 받은 신 총괄회장은 오후 3시 50분께 호텔롯데에 도착해 말없이 34층 집무실로 향했다.

신 총괄회장은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따지기 위해 당초 약 2주 정도는 입원해 정신건강 이상을 점검받을 예정이었지만 만사흘만에 퇴원함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정밀한 조사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서울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난 달 말까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정신 건강 검증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법원의 양해를 구해 한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SDJ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총괄회장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진과의 협의를 거쳐 퇴원을 결정하게 됐다"며 "법원의 결정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입장이나, 당사자의 자유 의사를 도외시 할 수 없는 상황에 따라 추가 심문기일 지정 등을 통해서 법원과의 협의 하에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퇴원으로 성년후견인 신청자(여동생 신정숙씨)측 법률대리인 관계자는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3일만에 퇴원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며 "결과적으로 정신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진만큼 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측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안이 중한만큼 (신 총괄회장이) 검사를 받으셨으면 논란을 잠재웠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퇴원 사유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직접 정신 감정 절차를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퇴원을 권유한 것인지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성년후견인 제도를 위한 정신감정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을 후계자로 지정한 신 총괄회장의 판단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감정결과 신 총괄회장의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지난 1월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가 법원에 신청한 '성년후견 제도'가 개시된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 명의로 된 위임장을 앞세워 경영권 분쟁을 이끌었고, 모든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성년후견인이 지정되면 결과적으로 완패하게 된다.

갑작스런 퇴원으로 신 총괄회장의 정신 감정이 무산됨에 따라, 법원은 주변인의 진술과 그동안의 의료기록 등을 토대로 신 총괄회장에 대한 후견인 지정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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