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수출입은행…“구조조정 기관 아닌데”

입력 2016-05-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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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중앙은행 등 경제계 수장들이 수차례 모여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자본 여력이 없어 어려움이 가중되는 국책은행의 현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금융권 일각에는 이번 자본확충 논의가 시작된 원인으로 수은을 지목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이 14%대로 아직 버틸 체력이 남아 있다. 하지만 수은의 경우 최근 문제가 된 5대 조선ㆍ해운사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하면 BIS비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해 재원 마련이 급한 상황이다.

수은이 BIS비율에 비상이 걸린 것은 조선사에 물린 여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은이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정책금융기관이 아님에도 최근 커져가는 구조조정 폭풍의 중심에 산은과 함께 자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조조정 전문 은행 아닌데”…전문성 부족= “수출입은행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국가 정책 수행 기관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선사 여신을 늘려 구조조정 업무를 첨예하게 다루는 곳은 우리나라의 수출입은행이 유일하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수은은 국가적인 차원의 수출 장기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구조조정 업무를 다루는 게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은의 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은은 한국 기업의 자본재 수출과 해외 투자, 해외 자원 개발, 주요 자원의 수입 등에 필요한 중장기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적 수출신용기관’이다.

때문에 수은은 산은과 비교해 구조조정 전문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수은의 구조조정 전문인력은 44명으로, 100여명에 이르는 구조조정 전문인력을 보유한 산은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수은은 구조조정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자 최근 기업구조조정 비상대책반을 꾸려 상시 태스크포스(TF)를 열었고, 부산에 있는 해양금융 구조조정 인력 일부를 서울로 불러올려 구조조정 업무를 수시로 조율하고 있다.

앞서 수은은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기업구조개선실과 해양기업개선실을 기업개선단으로 통합했다. 기업개선단은 기업 구조조정업무의 시너지를 키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산하에 기업구조혁신실을 둬 중소 조선사 등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고 있다. 구조혁신실 밑에는 해양기업개선팀을 두고, 개별 조선사의 구조조정 업무를 세분화해 담당한다.

현재 기업개선단은 김성철 단장이 이끌고 있으며, 김 단장은 신용평가실장과 기업금융부장을 역임했다.

개별 조선사의 기업 구조조정 실무를 관장하는 기업구조혁신실은 비상대책반장을 겸임하는 김형준 실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과거 조선해양금융부 팀장과 해양프로젝트금융부 팀장을 역임한 김 실장은 해양금융 구조조정 관련 베테랑으로 손꼽힌다.

◇“공격적 RG 영업”…조선사 여신 급증 원인= 수은이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조선사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체 금융권의 익스포저는 약 21조7000억원으로, 이중 수은이 절반 이상인 12조5000억원을 차지한다.

대우조선을 포함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5대 조선사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7월말 기준 수은의 신용공여액은 19조7691억원에 달한다. 산은의 신용공여액이 5조8407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은이 과거 조선사 선수금환급금(RG) 발급 영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탓이라고 평가한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조선업이 호황이던 시절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사에 금융권이 너도나도 대출을 해주려고 했다”며 “그때 수은은 RG를 굉장히 싼 값에 제공하는 등 영업을 공격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 여신이 수은에 몰린 것도 그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증보험의 성격이 있는 RG는 선박이 건조돼 인도해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선사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대신 선주에게 선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수은이 보유한 RG는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은이 보유한 조선사 여신의 대부분은 RG에 몰려 있다. 25조원을 웃도는 수은의 조선사 여신 중 대출 여신은 8조원 가량이며, 나머지 17조원은 RG다.

이에 대해 수은 관계자는 “해양금융 산업 지원이 수은의 역할 중 하나”라면서 “아직 RG로 인해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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