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정부 방역체계, 달라진 게 없다…감염병 불안 여전

입력 2016-05-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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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정부가 대대적인 국가 방역체계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방역 시스템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다. 감염병에 취약한 우리 의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후속대책은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감염병 발생 때 중앙 지휘통제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메르스 사태 때 방역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문제는 24시간 감염병 신고 접수, 정보 수집, 즉각 지휘 통제를 담당하는 긴급상황센터(EOC)이 질병관리본부 내에 설치됐지만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3일 메르스 증상이 의심됐던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A(22)씨는 의료진의 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무단으로 이탈했고, 보건당국의 격리조치가 이뤄지기까지 무려 8시간이 걸렸다.

지카바이러스 국내 최초 감염자는 브라질에서 귀국할 때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열 검사도 받지 않아 문제가 됐다. 감염자가 의심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신고 지침상 증상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신고가 3일이나 늦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신종 감염병 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중앙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했다. 지역 국공립 의료기관 중 3~5개를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만 있을 뿐 예산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관 수를 올해 초까지 89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그 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 30명 목표에 25명을 이미 채용했고, 5명은 현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지자체는 절반 정도 목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문안 문화도 여전하다. 아직도 병원 응급실 문화는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외부인의 출입을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19일 ‘한국의 메르스 사태 1년,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남아있는가’란 주제로 주최한 좌담회에서 메르스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국내 감염병 관리체계가 지카 바이러스에 뚫리는 등 달라진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이후 간병 문화 개선을 위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올해까지 400개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목표치도 여전히 불명확하고 확대 속도도 느리다. 올해 400개 병원으로 확대한다고 해도 이는 전체 약 2%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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