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1945.4.12~2006.5.22)은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당선된 한국인 첫 유엔 산하기구 수장이었다. WHO는 유엔 산하 최대 국제기구로, 사무총장은 웬만한 국가원수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다.
하지만 그의 삶은 권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했다. 출발부터 여느 의사들과 달랐다. 경복고를 나와 한양대 공대를 졸업했다. 처음부터 의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서울대 의대로 다시 진학한다. 의대 재학 시절 그는 안양의 라자로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봤다.
의대 졸업 후에도 개업을 하지 않았다. 1981년 태평양의 사모아 섬으로 날아가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며 새로운 봉사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다 1983년 피지에서 한센병 자문관으로 근무하면서 WHO와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2003년 사무총장에 당선된다. 그가 속했던 결핵국 직원들은 이때 누구보다 많은 환호성을 올렸다고 한다. 봉사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Man of Action’. WHO 직원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1년 중 150일 출장, 30만㎞ 비행. 그는 공중보건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미친 듯이 달려갔다. 행동은 그의 삶이자 철학이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인 ‘3 by 5’ 계획, 즉 ‘2005년까지 300만 명의 에이즈 환자에게 치료제를 보급하겠다’는 것도 직원들은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며 반대했다. 그럴 때마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 수많은 이유가 생긴다” 며 끝까지 추진했다고 한다. 그는 늘 청빈하게 생활했다. 출장 갈 때도 1500cc 하이브리드 차를 스스로 몰았고,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김대환 편집위원 daehoan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