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열혈 드라이버에게 3월은 특별한 한 해의 시작이다. 언 땅이 녹고 한 차례 빗줄기로 염화칼슘이 말끔하게 씻겨 내려간 이 시점. 그들의 와인딩 로드 시즌이 비로소 꾸려진다. 국내의 유명한 와인딩 로드를 겨냥한 <카>매거진 편집팀은 이를 위해 TF까지 꾸렸다. 국내에 존재하는 와인딩 로드를 샅샅이 찾아내, 브랜드 꼭대기에 있는 고성능모델로 질주를 약속했다.
이번 목적지는 경상남도 의령군 가례면에 자리한 자굴산 골짜기. 서울에서 무려 332킬로미터나 떨어졌지만, 그 어떤 와인딩 로드보다 가파르고 험준하다. 우리는 완벽한 사냥을 위해 영리한 사냥개 대신 렉서스의 경주마를 선택했다.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 RC F다.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올라 대전까지, 다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타고 산청 나들목을 빠져 나와 30분 정도를 달리면 비로소 칠곡면에 다다른다. 정확히는 칠곡 교차로를 지나 자굴산로를 향하면 서서히 굽잇길을 만나게 된다.
시작은 준비운동처럼 평탄한 오르막. 초행길에 아직 노면이 약간씩 젖어있어 신중하게 고갯길을 타야 한다. 별안간 코너의 각도가 높아진다. 적극적인 제동과 코너에서 힘을 잃지 않으려면 적절한 다운시프트는 필수다. 코너의 각도는 헤어핀에 가까운 상황. 여기는 만만한 코너가 단 한 개도 없다. 진입과 탈출 사이에 고저 차가 드라이버를 괴롭힌다. 이런 식으로 열 번째 코너 탈출 끝에 잠시 쉬어가는 코스를 만날 수 있다. 시원한 직선로가 이어지지만 바로 옆에 마을을 끼고 달리기 때문에 과속은 금물이다. 다시금 나무숲 사이로 파고들면서 본격적인 후반전을 맞는다.
첫 번째 만나는 굽이부터 유턴에 가까운 급격한 코너.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코너 역시 엄청난 헤어핀이기 때문에 차분히 속도를 낮추고 진입해 V8 엔진으로 호쾌하게 탈출해야 한다. 연달아 이어지는 코너마다 고행길이 따로 없다. 아스팔트는 거칠고 고저 차가 극에 달하기 때문에 종종 트랙션이 허공으로 빠져버린다. 3단 이상을 넣을 여유가 없다. 빽빽하게 이어지는 코너에서 2단을 끈질기게 물고서 rpm을 유지해야 빠르게 공략할 수 있다. 평균속도가 낮기 때문에 차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그리 크지 않다. 단, 내리막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함부로 속도를 높이지 말 것! 끔찍한 고저 차에 뒷바퀴가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첩첩산중을 정신 없이 통과하면 비로소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한우산 방향으로 좌회전 후, 조금만 오르면 지금까지 올랐던 와인딩 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가히 장관이다. 그곳에서 작은 다리 밑을 통과해 계속 진행하면 짧은 와인딩 로드가 계속된다. 총 길이는 대략 10킬로미터. 한 번에 드라이브 코스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짧지만 극단적인 코너링을 맛보고 싶다면 자굴산의 와인딩 로드를 드라이브 리스트에 꼭 한 번 올릴 것. 단 까불면 죽음이다.
렉서스의 경주마 RC F는 고속도로를 호쾌하게 질주했다. 험준하기로 유명한 와인딩 로드를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고 거침이 없다. 렉서스가 만들고 야마하가 조련한 V8 자연흡기엔진은 7천100rpm에서 473마력을 쏟아낸다. 자연흡기방식을 고집한이유는이시대에몇안되는특권이자,진정한스포츠카의로망을분명 하게 내뿜는 렉서스의 강한 의지다. 엔진 다운사이징이 화두가 된 시대에 고전적 인 엔진에 존경을 표하며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자굴산까지 내달렸다.
렉서스 RC는 정통 스포츠카 유전자를 진득하게 담아낸 유일한 쿠페 모델. 이 름 뒤에 F가 붙은 이유는 렉서스를 대표하는 고성능모델의 훈장과도 같은 개념 이다.굳이부연설명없이도한눈에알아볼수있는이유는다름아닌카본루프 와보닛덕분.특히네개의쿼드머플러는박력그자체다.흔히우리가알고있는 렉서스를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RC F가 뿜어대는 우렁찬 배기사운드가 자굴 산 고갯길을 가득 채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 자극적이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 롤을통해증폭된V8비트소리가실내를통해고막을때린다.한편, 서울에서 자굴산까지 장거리 여정은 노멀 모드로 침착하게 달렸다. 절제된 엔진반응과 낮게 유지되는 rpm은 오래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 불편한 노면조차 유연하게 반응하 는 RC F는 그랜드 투어러와 스포츠카 사이를 절묘하게 오갔다. 비로소 오늘의 목 표인 와인딩 로드에 접어들었고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플러스’, 토크벡터링 디 퍼렌셜(TVD) 시스템을 슬라럼으로 변경해 전열을 갖췄다.
계기반은 화려한 타코미터 중심. 변속 타이밍 때마다 요란하게 깜빡거린다. 7 천200rpm까지 단 한 번에 몰아 쉬는 파워가 뒷바퀴로 빠져나와 맹렬하게 치고 나 갔다.그사이에 터보랙같은 그어떤 주저함도없다.오랜만에만난V8과 고회전형 자연흡기엔진은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회전영역에 따라 다양한 음역으로 목소리를 바꿨고, 엔진회전수와 비례해 오롯 이 파워를 쏟아낸다. RC F는 이어지는 헤어핀 코너를 향해 머리를 쑤셔 박았다. 웬만해서는 타이어 비명조차 없는 완벽한 코너링이다. 민첩한 코너 탈출은 토크벡터링 디퍼렌셜 의 몫이다. 토크벡터링 디퍼렌셜은 코너 중간에서 양쪽 바퀴의 동력배분을 철저 하게 차별화한다. 단순히 제동력으로 흉내 내는 가짜 토크벡터링과는 차원이 다 르다. 뒷바퀴굴림 방식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토크분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자굴산 와인딩로드는 RC F에게도힘든감이 없지않았다.코너각도가 너무큰데다가 고저차가 상당해 RC F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들었다.하지만 굳건하게 횡 G에 맞서가며 힘차게 돌아나가는 RC F. 포기란 없었다. 어느새 브레 이크 디스크로터는 보랏빛으로 달아올랐고, 섹시한 V8 사운드는 몇 번이나 메아리로 울려퍼졌다.
글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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