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 핵심 인물인 브로커 이민희(56) 씨가 체포됐다. 이 씨가 체포되면서 그동안 법조 비리에 머물렀던 검찰 수사가 네이처리퍼블릭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 씨의 신병을 확보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조사중이라고 21일 밝혔다. 6개월여의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이 씨는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자 자수 의사를 밝히고 20일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정 대표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과 무관하게 이 씨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이 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입점 로비 자금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씨를 상대로 돈의 용처를 추궁하는 한편 실제 정 ㆍ관계 로비를 벌인 정황이 있는 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 D고등학교 출신인 이 씨는 평소 같은 고교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이나 법조계 인사 등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와 거래처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하고 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씨는 정 대표에게 자신의 고교 선배인 홍만표(57) 변호사를 소개해 준 인물이기도 하다. 2014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정 대표는 홍 변호사를 선임했고, 검찰은 같은해 11월과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정 대표는 검찰이 필리핀 '정킷방 원정도박' 사건에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재차 수사를 받은 끝에 재판에 넘겨져 징역 8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정 대표는 변호인인 최유정(46) 변호사와 수임료 50억원 반환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이 씨가 항소심 재판부를 상대로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폭로되기도 했다. 재판과정에서 이 씨는 항소심 재판장인 임모 부장판사를 서울 시내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정 대표의 사건 이야기를 꺼냈고, 임 부장판사는 법원에 회피신청을 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돌렸다.
검찰은 자수한 이 씨를 상대로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는 한편 또다른 브로커 이모(44) 씨의 소재도 파악 중이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이 씨는 최 변호사가 '이숨투자자문' 투자사기 사건과 정 대표 사건을 수임하는 데 깊숙히 관여한 인물이다. 최 변호사는 이 두건에서 10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