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제약업계 고질병에 철퇴를

입력 2016-05-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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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정부와 업계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질병 같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미친 바람(狂風)’이라 할 만하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의약품 도매업체 6곳으로부터 18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전주 J병원의 이사장 A씨를 구속하고 29개 제약사로 수사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유명 4개 제약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이달 초에는 역대 리베이트 수사 사상 최고인 56억원 규모의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중소제약사 P사의 B대표가 구속기소됐다. B대표는 2010년 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영업사원을 통해 전국 병·의원 의사에게 현금과 상품권 등 56억원 상당의 금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P사로부터 300만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등 병·의원 관계자가 무려 274명에 달한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약품, 특히 일반의약품과 달리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매 가능한 전문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제약사가 의사나 병원에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리베이트가 약값에 반영돼 국민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2010년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받은 의료인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시행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불공정거래 의심 기업을 내부에만 공개해 생색내기라는 비판에 직면한 한국제약협회는 오는 6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해 리베이트 영업을 한다고 지목된 다수 제약사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 같은 자정 노력에도 리베이트 광풍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국 제약산업의 특성과 제약산업 자체의 특수성 탓이다. 국내 제약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소수의 대형 제약사와 다수의 중소 제약사가 난립하고 있으며, 수천 개의 의약품 도매업체가 병원과 제약사 사이에 있는 등 복잡한 유통구조로 되어 있다.

거기다 국내 제약산업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신약 개발보다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가 동일한 복제의약품(제네릭)을 만들어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국 약효는 같으면서도 제품명만 다른 의약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리베이트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약의 효능은 같으니 우리 회사 약을 처방전에 써주면 매출 일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가의 제품보다 리베이트를 받은 고가의 약을 처방할 수 있고 과잉 처방까지 나올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리베이트로 환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자치단체 등 소비자의 손해액이 연간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단순히 관계자들의 윤리·도덕성만 믿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리베이트를 ‘관행’으로 여기는 인식이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 리베이트 제공하다 적발되면 제약사는 사업을 접고 의사는 면허를 잃는다는 위기감이 들도록 강하게 철퇴를 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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