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예측 가능한 조선업 구조조정 밑그림은?

입력 2016-05-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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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산업부 차장

“모든 것은 가정(假定)이다.”

조선업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구조조정을 전담하고 있는 금융당국, 국책은행의 공통된 반응이다. 연일 쏟아지는 조선업종 구조조정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다며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작은 결론이라도 고개를 들면 사실인 것처럼 인정하는 뉘앙스에 시장의 혼란 또한 불가피하다.

STX조선해양이 25일 법정관리로 전환되면서 조선업계는 본격적으로 ‘빅3-중소형사 투트랙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빠졌다. 감원부터 퇴출까지 사상 최악의 한 해에 조선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조선업종 구조조정 전략은 무엇일까. 경쟁력 없는 조선사를 퇴출하고 공급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의중만 확인될 뿐 여전히 구체적인 방안은 오리무중이다.

금융당국이 “빅딜이나 합병은 없다”며 못을 박은 덕에 시장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시나리오는 나오기 힘들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한 가지 더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금융당국이 STX조선, 성동, 대선, SPP조선의 구조조정을 채권단에 일임하면서 구조조정 주체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빅3 조선사의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수주 물량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4월 총선 직후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온 중소형 조선사의 퇴출이 시간 문제로 다가왔다. 이를 놓고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지만 향후 전개될 지각변동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 조선업종 구조조정의 산통(産痛)은 최고조에 달했다. 산통이 깊은 만큼 모든 관계자들의 관심은 ‘아들이냐, 딸이냐’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부정하고 있는 조선업 재편을 하루속히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다.

23일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몰려 있는 거제시를 찾았을 때, 현장 직원들은 강제 합병이나 사업 부문 간 통폐합 등 이른바 빅딜설에 목을 매고 있었다. 그들은 대우조선 직원들의 경우 아직까지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설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가장 원하는 구조조정 밑그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이고 안이한 진단이 불러온 결과를 또 다시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소형 조선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채권단 주도로 ‘STX조선-성동조선 합병’, ‘성동조선-SPP조선 합병’ 등의 합병이 논의됐지만 채권은행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무산됐다.

정부는 조선사 빅딜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앞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웨덴 항구 도시 ‘말뫼의 눈물’이라는 구조조정 실패 사례를 제시하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2개 혹은 1개로 줄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인수합병과 독자생존 등 각 기업의 운명을 가를 정부의 밑그림을 예측하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의 구조조정 밑그림을 갈망하고 있다. 말만 앞서가는 구조조정으로 조선업의 피로감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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