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공인중개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인터넷에 부동산 매물을 공개하고 계약시 99만원의 자문료를 일괄적으로 받는 ‘트러스트’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중개사법에서는 중개 보수 기준을 시·도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데, 통상 거래대금의 0.4~0.6% 선에서 정해진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매할 경우 양 당사자는 0.5%인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트러스트를 이용하는 금액이 훨씬 적게 드는 셈이어서 공인중개사업계는 사실상 낮은 가격을 내세운 직역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러스트는 부동산 매매가격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달라지는 현행 체계가 비합리적이라고 보고, 최대 99만원의 수수료만 내는 방식으로 전환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는 트러스트의 영업 방식이 현행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무소 개설 등록 없이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차리거나 부동산 중개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공 변호사는 3월과 지난 24일 두차례에 걸쳐 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협회는 공 변호사의 트러스트가 공인중개사법 제9조(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와 제18조의 2(중개대상물 표시·광고)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트러스트가 받는 수수료의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중개업자들은 트러스트가 중개업을 하면서 사실상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보지만, 트러스트는 중개는 무료로 하되 법률자문에 대한 대가(자문료)만 받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트러스트 대표 공승배 변호사는 중개업무와 법률사무를 구분할 수 있을지는 사법부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면서도 부동산을 중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를 하려는 누군가가 원하는 평수의 집을 알아봐달라고 해서 마침 비어 있는 옆집을 소개했다고 한들 불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공 변호사는 “중개행위 자체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도 할 수 있지만, 이 일을 보수를 받고 업으로 하는 단계에 이르면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규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또 트러스트는 중개행위를 무료로 하고 있고, 부동산 거래가 성사되게 하는 행위에 대한 ‘자문료’만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공인된 기관의 해석도 엇갈린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트러스트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낸 데 대해 ‘변호사들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고 업체를 설립해 중개행위를 하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고 회신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부동산매매와 관련된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수행이 가능한 업무”라며 부동산 계약에 대해 자문의 일환으로 중개행위나 알선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