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처분 차차기로 떠넘긴 정부

입력 2016-05-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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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선정 권고안보다 8년 늦춰… 지역주민·시민단체 설득 대안도 없어

정부가 30여년간 논란 끝에‘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 로드맵을 내놨지만 무책임한 대책이란 지적이다. 원자력발전 뒤 남은 고위험 폐기물을 처리하는 지하시설 부지 선정만 8년이 늦춰졌고 지역민과 시민단체 등을 설득할 만한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행정예고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는 이르면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는 또 중간저장시설은 오는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까지 건설해 가동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번 계획안은 지난해 6월 공론화위원회가 고준위방폐물의 안전관리의 세부절차와 틀을 제시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기본계획을 만든 것으로 사실상 최초의 ‘중장기 안전관리 로드맵’이다.

하지만 당장 2019년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고 있는 주요 원전 내 저장시설이 포화됨에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 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온지 1년이 지나서야 사용후핵연료 부지확보와 영구처분 시설 건설 계획 등을 확정했다.

그마저도 당초 권고안에 제시된 2020년보다 부지선정 시점이 8년이나 미뤄져 차기도 아닌 차차기 정부로 숙제를 넘겼다.‘늑장대응’도 모자라 다음 정권으로 과제를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가 부지 확보 기간을 늘렸음에도 지역 주민 설득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라는 난관은 쉽게 뚫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폐물 정책은 1983년부터 여러 정부가 9차례에 걸쳐 추진됐으나 지역 여론 악화 등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지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공모 절차와 부지 선정 과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 직권으로 지역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산업부는 다음달 공청회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7월 중 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올해 안에 로드맵 시행을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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