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감 잡았나- 해외로 눈돌리는 부동산펀드

입력 2016-05-26 11:00 수정 2016-05-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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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국내 경기침체 예상하고 사업 다각화 추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어내는 곳으로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꼽는다.

적어도 3~5년 간 큰 자금을 부동산에 묻어둬야 하는 사업의 속성상 중·단기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이 그만큼 중요하다.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주로 국내 대형 빌딩 위주로 투자 상품을 골랐던 이들이 해외시장은 물론 잡다한 복합프로젝트에 까지 손을 대는 분위기다.

해외 빌딩을 매입하는 것은 일반화됐고 부실채권인 NPL 상품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NPL은 주로 사채업체가 많이 취급했던 종목 아니든가. 물론 양질의 NPL 상품은 자산운용사의 투자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적극적으로 덤벼들지는 않았다.

NPL상품은 큰 덩어리를 싸게 사서 이를 리모델링 등을 통해 가공하여 자산가치를 높인다든가 여러 개의 소규모 상품으로 만들어 소매가로 매각해 재미를 톡톡히 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돈을 벌 수 있지만 영업방식이 좀 투기꾼 같은 냄새가 나 점잖은 자산운용사의 격에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영역에도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련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금융그룹이 아닌 개인법인으로서는 부동산 펀드 운용규모가 가장 큰 이지스자산운용사는 NPL을 취급하는 본부를 2개나 신설했고 하나금융그룹인 하나자산운용사도 NPL 상품에 도전하는 전문팀을 꾸렸다.

이뿐만 아니다. 이들 자산운용사는 도로·항만과 같은 SOC프로젝트는 물론 공연·영화 등의 문화 예술 분야, 풍력·수력·태양에네지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도 투자를 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다는 자산운용사가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국내 부동산 시장의 수익률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생각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니 다른 영역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빌딩 투자 수익률은 8%가 넘었다. 여기다가 매각 차익까지 감안하면 재미가 참 쏠쏠했다. 투자자는 물론 자산운용사도 돈벌이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 빌딩 수익률은 형편없다. 공실률 증가로임대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지키지 못하는 처지다. 자산운용사가 수익을 제대로 못 내면 신뢰가 추락해 이 회사한테 투자를 꺼리게 된다. 그래서 투자 수익률 약속은 회사의 존폐와 직결될 정도로 중요하다.

국내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한번 진단해보자. 새로운 돌파구가 없는 한 당분간 국내 빌딩 임대시장은 침체기를 겪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펀드 운용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를 눈치채고 2~3년 전부터 대부분의 부동산을 처분하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해외에 투자한 자금은 32조원으로 이 회사 총 운용자산 105조원의 3분1 규모를 해외에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빌딩시장에 이어 상업용 임대시장도 한계에 왔다. 유통 분야의 변화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쟁이 심해 돈벌이가 좋은 업종이 별로 없다. 임대료가 제대로 안 걷힌다는 소리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성이 없다는 뜻이다.

가장 수요가 많은 주택분야는 어떤가. 아직은 괜찮다. 어떤 분양현장에는 투기 광풍이 불 정도로 과열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분양권 전매와 같은 단기 투자 상품에 집중돼서 그렇다. 가수요가 엄청나게 몰렸다는 얘기다. 이는 가수요가 빠지면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선량한 투자자만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높다.

2~3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가 올해부터 완공 상품으로 나오게 된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공급과잉의 현상이 벌어진다. 물량이 넘쳐나면 전셋값도 떨어지고 임대료도 하락하게 된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지만 투자자는 가슴을 쳐야 할지 모른다.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낮아지면 그렇게 안되겠나. 자기 집은 있지만 자산가치가 마이너스인 깡통주택을 끌어 안고 살게 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교통이 좋지 않은 외곽지역은 매우 위험스럽다. 갈수록 인구가 줄고 소비가 위축되면 주택시장도 온전하지 않을 듯 싶다. 그런 곳부터 차가운 침체의 바람이 불 여지가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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