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잡았다. 이 가운데 비에너지 분야의 재정적자 목표는 10.7%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치는 집행 결과를 완전히 벗어났다. 지난달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시점 재정적자액은 6140억 루블(약 11조원)이었다. 이는 GDP 대비 8.7%에 해당하는 규모로, 정부 목표치의 3배 수준이다. 비에너지 분야의 재정적자는 9190억 루블로, 이는 GDP 대비 13.1%에 상당한다. 이에 러시아 정부가 운용하는 예비금도 급격히 줄고 있다. 국가예비기금은 올해 3월말 시점에 3조4200억 루블로, 지난해 말 3조6400억 루블에서 약 2200억 루블이 감소했다.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부 재정은 예비금을 추가로 충당하지 않아도 앞으로 4년간은 버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같은 규모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예비금마저 바닥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비에너지 분야의 재정수지는 러시아 경제가 석유·가스 의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운용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며 “적자폭이 커질수록 국가 경제가 에너지 편중의 경제 구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통신 타스는 보도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경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로우소프 경제보좌관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의 시세가 장기화하면 부족한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예비금이 집행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명수 러시아 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