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도 MS 꼴 나나…모토로라 인수 후유증에 6년래 첫 적자

입력 2016-05-27 08:26 수정 2016-05-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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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스마트폰시장서 부진…양위안칭 레노버 CEO “모토로라와의 통합 어려움 과소평가”

세계 최대 PC업체 레노버가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했다가 거액의 손실만 내고 최근 정리 절차를 밟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레노버는 지난 3월 마감한 2015 회계연도에 1억2800만 달러(약 15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의 8억2900만 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레노버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회계 4분기 매출은 91억3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1억80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지만 이는 시장 전망인 1억8490만 달러 순익을 밑도는 것이다. 지난 분기 영업비용은 종업원 감원 등으로 23% 줄었다. 전문가들은 PC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 모바일 기기 판매가 급감한 것이 레노버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4년 레노버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28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러나 모토로라 인수로 기대했던 성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어 MS를 떠올리게 한다. MS도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를 사들이고 나서 계속되는 부진에 대량 감원과 비용 감가상각 등 뒷수습에 고전하고 있다.

레노버는 10여 년 전 IBM의 컴퓨터 사업을 인수하고 나서 결국 세계 최대 PC업체라는 영광을 안았지만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의 다른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휴대폰 사업에서 확실히 도전에 직면했다”며 “모토로라와의 통합 어려움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리서치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레노버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사들에 밀려 톱5에서 떨어져 나갔다. 미국에서는 모토로라 인수로 지난해 점유율이 5.2% 올랐지만 여전히 22.7%의 삼성전자, 16.2%의 애플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레노버는 지난 2015 회계연도에 중국과 미국의 수요 둔화로 자사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가 전년보다 13% 줄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4.6%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양위안칭 CEO는 “단기적으로 모바일 사업부의 손실이 계속될 것이나 결국 이익을 내는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낙관한다”며 “미국 시장에서 고가로 승부한다는 전략 하에 오는 6월 9일 실리콘밸리에서 새 스마트폰 2종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보너스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성공을 공유했다. 헌신과 주인의식이라는 레노버의 문화와 함께 이 어려운 시기에 책임감을 같이 나누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노버 주가는 올 들어 3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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