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은행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손실 보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 김모씨 등 투자자 6명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허가 신청 재항고심에서 집단소송을 허가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김경 부장판사)가 심리할 예정이다. 선고 결과가 나오면 '한투289 ELS'에 투자했다가 만기일에 약 25%의 손실을 본 모든 피해자들에게 효력이 미친다.
ELS판매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이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에 내려진 같은 취지의 결정에 따라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사건을 심리 중이다. 앞서 대법원은 '진성티이씨' 주주들이 낸 집단소송 신청도 받아들여졌지만, 이 사건은 화해로 종결돼 실제 소송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김씨 등 514명은 2007년 8월 한투289 ELS에 투자했다. 이 상품은 국민은행 보통주와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으로 총 198억 9000만원 상당의 금액에 판매됐다. 헤지운용사인 도이치은행 ELS의 만기일이 2009년 8월 26일 장종료시점에 국민은행 보통주를 저가에 대량매도했고, 결국 종가는 만기상환기준가보다 낮게 형성됐다.
그러자 김씨 등은 "한국거래소 심리 결과 도이치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이득을 취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2012년 3월 집단소송을 신청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도이치은행은 항고했다.
대법원은 최근 ELS 소송에서 금융사의 '델타헤지'가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 지에 따라 엇갈린 결론을 내리고 있다. 델타헤지는 금융사가 중도상환금 반환을 피하기 위해 주식 종가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델타헤지 거래를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 시세조종을 통해 중도상환 조건을 방해했다면 투자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