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성과연봉제, 막무가내인 금융위

입력 2016-05-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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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부 차장

눈도 깜짝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인권 유린이나 불법이 있었는지 진상조사를 하고 나섰지만 요지부동이다.

노동조합의 고소·고발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과연봉제를 조속히 확대 도입하라며 금융기관들을 계속 압박했다.

심지어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에는 자본확충 논의를 이유로 뜬금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채근했다.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다음 달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이 눈에 들어온다.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 방안은 지난 2월 발표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위는 모범을 보이겠다며 기획재정부의 권고안보다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자신 있게 제시했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이 준정부기관(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기타공공기관(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이지만 공기업 기준을 적용했다.

성과연봉제 비중을 올해 20%를 적용하고, 내년에는 30% 이상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최고-최저 등급 간 차등폭은 최소 2배 이상을 유지하기로 했다.

차하위 직급(4급)에도 기본연봉 인상률 격차를 적용하고, 최고-최저 간 전체 연봉 격차를 20~30%(간부직) 이상 유지했다.

무엇보다 최하위 직급(5급)과 기능직을 제외하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개인 성과평가를 보수와 연동해 적용한다.

그러나 노조는 반발했고,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2010년 출범 이래 처음 무더기 탈퇴 사태가 벌어졌다.

5월 들어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임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했다. 노조와 대화를 통해 공공기관들이 풀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긋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다급해진 금융공공기관들은 기습적으로 임시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속속 강행했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을 제외한 8곳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수은도 이달을 넘기지 않을 예정이다. 그 결과는 ‘불신’과 ‘분란’뿐이었다.

성과연봉제를 지난해 노동개혁의 화두였던 임금피크제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는 엄연히 다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 ‘인건비 절감’, ‘일자리 창출’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노사정 모두가 이득이었다.

반면 성과연봉제는 근로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저성과자를 퇴출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전체 인건비가 줄어들 리는 없으니 예산 절감이 목적도 아니다.

결국 일 잘하는 직원을 우대하겠다는 것인데, 천차만별인 업무를 어떤 식으로 평가할 것인지 그 기준도 모호하다.

말려야 할 정부가 오히려 집안싸움을 부추기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화합과 상생을 추구해야 할 노사 관계는 고소·고발로 얼룩졌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성과연봉제 확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했어야만 옳다. 경영진을 압박해 정책적 성과를 냈을지는 모르지만, 이로 인한 불신은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책임은 정부에 있다. 앞으로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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