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영진(58) 전 KT&G 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은 KT&G가 민영화되고 공영기업과 민영기업의 성격을 다 가지게 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추징금 1억 4540만원과 함께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 단계에서 회사차원의 조직적 은폐행위가 있었던 것만 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번 계기로 부정부패 척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민 전 사장 측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평소 민 전 사장이 돈 문제만큼은 엄격했는데, 이 사실을 아는 부하직원이라면 민 전 사장에게 쉽사리 금품을 건넬 리가 없다는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회사가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 민 전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목숨걸다시피 해서 혁신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 회사의 존폐를 걱정하진 않지만 그 땐 아니었다"라며 "당시 모함과 투서를 많이 받았고, 그 결과물이 이 사건 같다"고 덧붙였다.
민 전 사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오랫동안 한 회사에 열정을 바쳤고, 전문경영인으로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제 신념, 저와 제 가족, 저를 아는 많은 이들 앞에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맹세할 수 있으니 저와 제 주장을 다시 한 번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선고기일은 다음달 23일 오전 10시 40분에 열린다.
민 전 사장은 2009년~2012년 회사 직원과 협력업체 2곳으로부터 1억여원을, 해외 담배유통상으로부터 파텍필립 시계 1개와 롤렉스 시계 5개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2010년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과정에서 KT&G 임원들을 시켜 청주시청 공무원에게 6억 6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