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앞' 현대상선 vs '갈길 먼' 한진해운

입력 2016-06-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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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1일 서울 연지동 본사에서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참석 채권자들의 동의로 8042억원 규모의 채무 조정안을 의결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현대상선이 1일 서울 연지동 본사에서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참석 채권자들의 동의로 8042억원 규모의 채무 조정안을 의결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경영정상화 작업이 순항 중인 현대상선과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전한 한진해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이 막바지에 이름과 동시에 채무재조정까지 성공하는 등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체납으로 인해 선박이 억류되는 등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상선, 채무재조정 성공하며 ‘순항’ = 현대상선은 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동관 1층 강당에서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8042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채무재조정 안건은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공모사채 8043억원에 대해 50% 이상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상선은 전날부터 진행한 5차례의 채무재조정을 모두 통과시키며 사채권자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현대상선의 채무재조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앞으로 진행되는 용선료 협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용선료 협상은 22개 선주들과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빠르면 다음 주 중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채권자 집회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투자자들이)현대상선의 정상화에 공감했기 때문에 용선료 협상도 잘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음 주에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채권단과 함께 약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마저도 마무리되면 부채비율 400% 이하를 충족시키며 정부가 조성한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지원도 가능해진다.

글로벌 제3 해운동맹 편입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2일 현대그룹 본사에서 개최될 예정인 G6 해운동맹 회원사 정례회의에 참석해 일부 선사들 설득에 나선다. 정부에서는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참석해 G6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과 면담을 갖고 ‘디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 간 협력 강화를 당부할 예정이다.

김충현 CFO는 “현대상선이 재무적으로 건전해지고 얼라이언스에서 선박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현대상선 가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실무 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며 선사들 사이의 협의는 비밀협약인 만큼 답변 못하는 것을 양해 바란다”라며 말을 아꼈다.

▲현대상선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에서 제186회 무보증사채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취재진들이 집회를 마치고 나온 한 채권자에게 관련 내용을 질문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현대상선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에서 제186회 무보증사채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취재진들이 집회를 마치고 나온 한 채권자에게 관련 내용을 질문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가시밭길 ‘난항’ = 현대상선이 빠르게 정상화 궤도에 올라선 반면 한진해운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난제로 평가받는 용선료 협상은 이제 시작 단계를 밟고 있으며 여러 악재들까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오는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27일 만기를 앞두고 있는 19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에 대한 채무재조정 안건을 의결한다. 한진해운은 이를 3개월 연장하는 것을 제시했으며 만약 이날 채무재조정에 실패하면 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게 된다. 오는 17일 집회에서의 안건은 지난달 19일 개최한 제78회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채권자 집회에서 제시한 조건보다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지난달 358억원에 대한 만기연장에 성공한 만큼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무재조정 당일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상선의 채무재조정이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뿐만 아니라 한진해운이 안고 있는 악재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용선료 연체 문제로 인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벌크선 ‘한진패라딥’호가 억류된 바 있다. 해외 선주와 합의를 통해 4일 만에 운항을 재개 했지만 앞으로 용선료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용선료 협상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현대상선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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