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29회는 10여년 전 정부 내 구조조정 바람과 ‘벤처열풍’을 타고 민간으로 뛰쳐나간 관료들이 유독 눈에 띄는 편이다.
당시 공무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던 현실 안주 성향에서 벗어나 혁신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던 시기가 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다
외환위기 한가운데서 혁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외환위기 극복 시절 재무부 관료들은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증권업 등 민간에 발을 담갔다.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잘 나가던 정통 금융관료 출신으로 재경부(현재 기획재정부) 부이사관 시절 옷을 벗고 ‘증권맨’으로 변신했다.
전 사장은 대구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22살에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재무부로 자리를 옮겨 금융협력과 사무관, 금융정책과 서기관, 정책조정국 지역경제정책과장을 거쳤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정책과에서 일하며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그는 공직을 떠나 NH투자증권에 입사해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를 지냈고, KDB대우증권 IB부문 대표 부사장을 거쳐 KB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차진석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도 서기관 시절 자리를 옮겼다. 그는 행정고시 29회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재정경제부에서 일하다가 2000년 SK그룹 구조조정본부에 합류했다. 그는 SK그룹 구조조정 업무에서 성과를 보였고 지금은 SK이노베이션의 CFO를 맡고 있다.
이형승 밸류아시아캐피탈 대표도 기획재정부 서기관 시절 사표를 내고 대우증권, IBK증권 등 금융권에서 활동하다 현재 밸류아시아캐피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행시 29회로 1986년 재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사무관, 서기관으로 12년간 근무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계량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증권 이사, 브이소사이어티 대표이사, 선명회계법인 경영고문, CJ그룹경영연구소장을 거쳐 IBK투자증권 자산관리사업부 부사장과 IB사업부장(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관피아 논란에도 이들은 일찌감치 민간으로 옮겨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는 관료 출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