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사고 모두 공사업체가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안전수칙을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더욱이 지하철 공사장 안전관리수칙 이행은 지난 1995년 4월 2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공사장 폭발사고 이후 당국이 중점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온 주요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부실한 사후관리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최근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가 그때그때 이뤄지는 땜질식 처방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약방문 대책을 내놓는 고질적 악습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자 사망 사고가 나자 서울메트로 등에 대해 7일부터 17일까지 안전보건실태 여부를 살피는 특별안전보건감독을 한다고 밝혔다. 2013년 1월 성수역 사고,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번 구의역 사고가 판박이처럼 동일한 데다 재발방지 대책에도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정기근로감독이 아닌 특별관리 감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관리감독을 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는 없다. 감독 결과에 따라 법적 처벌을 한다 해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근로자 사고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뿐이다.
이제 안전불감증은 한국병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계속되는 사건 사고에 국민들은 연일 불안하기만 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 책무인데도, 정부의 존재감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연이은 사고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지적이 난무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일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국민안전처·국토교통부·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신속한 사고 수습과 함께 추가 붕괴 우려에 대비한 현장 관리 강화를 긴급 지시했을 뿐이다. 또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 지하철 등을 포함한 공사장에 대한 점검 활동 강화와 함께 유사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단지 지시나 주문일 뿐 결코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든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총대를 메지는 않았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 ‘정부는 없다’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국민 안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정하고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까지 바꿨다. 결국엔 정부가 중심을 잡고 나서야 한다. 정부부터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해야 사고공화국의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