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을 가다] 밀림에서 천연가스 ‘잭팟’… ‘해외자원개발’ 새역사를 캐다

입력 2016-06-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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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DS LNG 사업’ 투자 13년간 年 600억 수익 확보

개발 전과정 참여…플랜트 운영사로 도약할 첫 프로젝트 의미

혈세낭비 빈축사던 에너지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성공사례로

“해외자원 개발은 혈세 낭비다?”

이같은 일각의 우려를 무색케 하는 자원개발 현장이 있다. 최근 해외외교 실패 논란이 일면서 에너지 공기업의 통폐합과 자원개발 민영화까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자원 개발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일본과 손잡고 동남아 지역 가스전에 과감히 투자, 열대 밀림 속에서 천연가스를 발굴해 투자 대비 두 배의 수익을 내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천연가스 플랜트에 미쓰비시와 공동 투자 =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국내선 비행기와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를 번갈아 3시간 넘게 타고 술라웨시 섬 동쪽에 자리 잡은 소도시 루욱에 도착했다. 밀림이 우거진 그야말로 오지였다. 다시 남서쪽으로 긴 해변도로를 따라 차로 한시간여를 달려 바투이라는 지역에 다다르니 조립식 건물들이 모여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가스공사가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 운영 중인 동기-세르노 액화천연가스(DS LNG) 프로젝트의 베이스 캠프였다. DS LNG 사업은 가스공사가 일정 지분을 투자해 가스전 개발(상류)부터 LNG 액화플랜트 운영(하류) 및 판매(LNG 도입)까지 가스개발 전 과정에 처음으로 참여한 최초의 프로젝트다.

DS LNG 플랜트 현장의 총 부지 규모는 100만평에 달한다. 정문에서 메인 플랜트까지 길이만 1.1km에 이르렀다. 현장에는 지하 3000미터에서 뽑아올린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낮춰 액화시키는 시설과 필요한 전기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22MW 규모의 발전기 3대가 LNG를 원료로 돌아가고 있었다. 흰색의 거대한 가스저장 탱크는 세계적인 저장탱크 설계 기술력을 자랑하는 가스공사의 작품이라고 한다. 중앙제어시설인 메인컨트롤룸(MCR)에서는 비상상황에서 버튼만 누르면 설비가 차단될 정보로 안전장치가 잘 갖춰져 있었다.

DS LNG 프로젝트를 통해 가스공사와 미쓰비시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동기와 세노로, 마틴독 3개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LNG플랜트에서 이를 액화, 한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15.0%, 미쓰비시가 4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3개 가스전의 총 매장량은 천연가스 719억㎥, 석유 1000만배럴, 컨덴세이트(초경질원유) 2450만배럴 규모다.

◇가스개발 전 과정에 참여한 최초 사례 = DS LNG 플랜트의 연간 생산량은 천연가스 200만톤이다. 이 중 70만톤은 한국에, 일본 츄부ㆍ큐슈전력에는 각각 100만톤과 30만톤씩 보낸다. 이곳 플랜트는 국내에 있는 가스공사의 평택ㆍ인천 LNG 기지 등에 비해 소규모인데다, 국내로 이동되는 양(70만톤)도 우리나라 전체 소비자가 9일 정도 쓸 수 있는 양에 불과하지만 가스공사에게 그 중요성 만큼은 남다르다.

가스개발의 전 밸류체인에 참여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쉘, 엑슨모빌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가 배제된 최초의 아시안 프로젝트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안정적인 상업생산에 접어들면서 소규모 LNG 프로젝트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성공모델로 거론되기도 한다. 국내 LNG 국적선 1호인 ‘현대유토피아호’가 인도네시아와 한국, 일본을 오가며 LNG를 실어 나른다는 점도 우리로선 반가운 일이다.

지금은 해외자원개발이 부실 논란에 위축돼 있지만 에너지 안보나 자주개발률 향상을 위해선 이와 같은 LNG 플랜트 운영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가스공사 측의 판단이다. 아직 가스 액화 관련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향후 LNG생산 플랜트 운영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가스공사에서 파견된 이금우 DS LNG 기획이사는 “DS LNG 프로젝트를 통해 플랜트 운영역량을 확보했다는 것은 중요한 실적”이라면서 “프로젝트 라이프 리사이클에 따른 건설, 시운전, 운영부터 클로징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경험은 향후 LNG 플랜트 운영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특히 기획ㆍ재무 등 핵심 분야에 인력을 파견해 LNG 기지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나가고 있다. 가스공사는 이곳 현장에 6명, 자카르타에 2명 등 총 8명을 파견했는데, 이들은 기획·재무·보험 등 주요 포스트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13년간 매년 600억원 수익 가능 = DS LNG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가스공사가 DS LNG 프로젝트에 투자한 비용은 총 4억5800만달러(약 5400억원)다. 그 중 공사가 순 투자한 비용은 2억2900만달러(약 270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 2억2900만달러 제외)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27년까지 13년간 5억9800만달러(약 71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현지 방문에 동행한 김점수 가스공사 기획본부장은 “DS LNG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연 4600만달러(약 544억원) 수 현금이 공사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는 투자한 돈의 2배 정도를 거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12년 동안 매년 약 600억원씩 안정된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측면에서 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잭팟’ 자원개발사업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저유가와 마구잡이 투자로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DS LNG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 모델로 인정받을만 하다는 평가다. 해외자원개발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에너지 공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자원개발 기술과 역량을 키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중국이나 일본 등은 유가가 떨어진 지금을 투자의 적기로 보고 공격적으로 해외자원개발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 노하우를 가진 에너지 공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투이(인도네시아)=전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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