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2일 오전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롯데그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이날 오전 9시20분께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사 19층에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브로커 한씨를 동원해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 등 롯데쪽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측은 현재로서는 답변할 겂이 없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하는 입장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전면 부인했다.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그룹을 통해 "브로커 한모씨와 안면은 있지만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며 "감찰 수사가 진행된다면 사실대로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이달 중 완료 예정인 호텔롯데 상장과 하반기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취득에 악재가 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촉발 직후인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우선 과제로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다.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그룹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호텔롯데는 올 초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지난달 말 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어 신 회장이 최근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을 대상으로 직접 기업설명회에 나서는 등 성공적 상장을 위한 투자자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호텔롯데의 잠재력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기업 설명회를 마련했다"며 "이번 기업 공개를 통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에 힘쓰겠다"고 다시 한번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호텔롯데 상장과 더불어 롯데면세점의 신규 특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의혹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자격도 결격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정부가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3곳에 추가로 내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사회생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월드타워점은 서울시내 3위 매출 규모를 갖고 있어 롯데면세점 측이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빼앗긴 특허권을 되찾아 월드타워점을 지키고, 글로벌 1위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