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운호 게이트’로 ‘호텔상장-면세점특허’ 발목 잡히나

입력 2016-06-0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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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 수사관 100명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사무실과 자택 등 6~7곳에서 롯데호텔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협력사와 입점 계약서 및 거래 일지 등을 압수했다. 신 이사장 아들 장모 씨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유통업체 B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정 대표가 브로커 한씨를 동원해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 등 롯데쪽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압수수색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전면 부인했다.

앞서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그룹을 통해 “브로커 한모 씨와 안면은 있지만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며 “수사가 진행된다면 사실대로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이달 중 완료 예정인 호텔롯데 상장과 하반기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취득에 악재가 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촉발 직후인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우선 과제로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다.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그룹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호텔롯데는 올 초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지난달 말 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어 신 회장이 최근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을 대상으로 직접 기업설명회에 나서는 등 성공적 상장을 위한 투자자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기업설명회서 인사말을 통해 “호텔롯데의 잠재력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번 기업 공개를 통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에 힘쓰겠다”고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호텔롯데 상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호텔롯데 상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와 관련된 위험을 이미 기재하고 평가했다는 게 주관사 측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면세점 입점 시스템이 로비를 통해 특혜를 주기 힘든 구조인만큼 롯데면세점 회사 자체의 혐의로 수사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압수수색이라는 돌발 변수에도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를 계속 개최하고 있으며, 예정대로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의 신규 특허에 대한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의혹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자격에 결격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상 시장 남용적 행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공정 경쟁을 해치는지 여부가 제재의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게 기획재정부 측 설명이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정부가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3곳에 추가로 내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사회생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연매출 6800억원 가량인 월드타워점은 12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시너지 효과로 연매출 1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곳이다. 글로벌 1위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 빼앗겨서는 안되는 곳이다.

▲호텔롯데 전경.(사진제공=호텔롯데)
▲호텔롯데 전경.(사진제공=호텔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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