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의 상장(IPO) 작업에 경고음이 켜졌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으로 해외 기업설명회(IR) 행사가 연기되면서 상장 작업도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4일 롯데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6일부터 예정돼 있던 호텔롯데의 해외 기업설명회(IR) 행사가 연기됐다. 호텔롯데는 이달 초부터 런던, 뉴욕,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투자자를 대상으로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매출과 이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알짜 사업이다.
검찰은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 수사관 100명을 보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사무실과 자택 등 6~7곳에서 롯데호텔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협력사와 입점 계약서 및 거래 일지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정 대표 측이 롯데면세점에 자사의 화장품 매장을 입점시키기 위해 2012년부터 지난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롯데 관계자들에게 10억∼20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해외 일정이 연기되자 업계에서는 상장 자체가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는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호텔롯데는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해외 투자설명회와 수요 예측(6월 15∼16일) 결과 등을 바탕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해외 IR 일정이 연기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직 상장 연기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과 더불어 하반기 예정된 롯데면세점의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취득에도 악재가 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의혹으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자격에 결격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정부가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3곳에 추가로 내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사회생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연매출 6800억원 가량인 월드타워점은 12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시너지 효과로 연매출 1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곳이다. 글로벌 1위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 빼앗겨서는 안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