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칼럼] 20대국회,경제협치 선언하라

입력 2016-06-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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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출범했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여야 체제를 갖춘 20대 국회는 과거와는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망이 크다. 19대 국회는 경제를 후퇴시킨 최악의 국회로 꼽힌다. 우선 여당과 야당 모두가 내부 분열이 심했다. 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고 야당은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도 의견의 차이가 커 당정 조율도 어려웠다. 더욱이 여야간 합의로 어렵게 만든 국회선진화법은 모든 국회 일정을 마비시키는 도구로 작용했다. 그러자 어떤 법안이 나와도 계파 간 정치적 이해관계의 제물이 되어 유보되거나 사장되는 일이 빈번했다. 당연히 경제가 방향 감각을 잃고 성장동력을 잃었다.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의 파행을 반복하면 안 된다.

경제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했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2%대의 성장률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정부 정책의 잘못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경제이다. 당연히 대기업의 경영이 부실화하면 실업 등의 경제 불안이 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여 국책은행의 자금지원을 통해 부실기업을 연명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폈다. 그러자 대기업과 국책은행이 부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현상이 구조화했다. 문제가 악화함에 따라 대기업과 국책은행이 주요 산업을 안고 함께 쓰러지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우리나라 기술을 따라잡고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수출을 차단하고 산업을 고사시키는 힘을 길렀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 경제의 불안이 닥치자 중국 경제의 벽에 막혀 아예 우리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20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구조조정과 민생 회복이다. 최근 정부는 부실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해운과 조선업에 대해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자산매각, 정리해고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면 국책은행의 자금을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의 돈을 투입하여 부실을 임시 방편으로 막으려는 또 다른 정책 오류로 볼 수 있다. 20대국회는 이러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방치하면 안 된다. 근본적인 구조조정에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고 필요한 입법조치를 조속히 취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사업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음에 따라 민생이 극도의 불안 상태로 치닫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청년 실업이다. 천신만고의 노력을 해도 청년들 거의 절반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맨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보수공사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19세 청년의 직업 이야기는 일부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희망을 가져 보려고 발버둥을 쳐도 앞이 보이지 않는 모든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청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주거대란이 심각하다. 전월세가 치솟아 서민들이 살 곳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 천정부지로 늘고 있다. 생활비, 교육비, 이자상환 등을 위한 생계형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가계소득 증가, 전월세의 안정화, 부채구조 조정 등의 정책이 시급하다.

4·13 총선은 정치 실패와 경제 실패에 대한 절박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경제가 무너지고 민생은 파탄으로 치닫고 있는데 국회는 이를 방치하고 싸움만 했다. 분노와 좌절을 느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가 강력한 변화를 추구했다. 이에 따라 여당이 패배하고 여소야대의 3당구도로 20대 국회가 탄생했다. 이런 민의를 조금이라도 반영한다면 20대 국회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 그리하여 정치가 경제를 인질로 잡는 일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것을 절대적인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여야가 함께 힘을 모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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