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정규직 재테크 첫걸음… “나가는 돈부터 관리하라”

입력 2016-06-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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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비정규직 평균 월급 151만원“돈 모으기보다 새는 돈 없는지 확인”소액이라도 절세상품 꾸준히 투자…종잣돈 모으기 자산관리 계획 수립

지난달 30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19세 청년이 사망했다. 이 청년이 한 달 일하고 받았던 월급은 144만원. 전체 비정규직 평균 임금보다 적은 돈이다. ‘재테크’가 일반화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에게도 돈 모으는 조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낭만적인 이야기에 가깝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20대로, 이들에겐 재테크보다 최저시급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새로운 ‘재테크’ 방법을 제안할 때 청년층이 ‘최저임금’에 열광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돈 냄새에 민감한 시중 은행들 역시 20대보다 40대 이상에 주목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소득이 높은 40대 이상의 장년층을 겨냥해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재테크는 ‘부자~되세요’라는 광고 멘트처럼 전 국민의 마음을 흔들었다면 2016년 재테크는 대중화와 함께 특정 세대를 겨냥한 고급 서비스로 특화하고 있다.

◇20대, 비정규직 비율 최고 =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51만1000원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283만6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령별 비율을 보면 20대가 74.3%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67.4%)이 뒤를 이었다. 특히 비정규직 청년들의 비중은 최근 5년 사이 5%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비중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이들의 임금수준이 꾸준히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비정규직의 월급이 전년 대비 4만4000원(3.0%) 오를 때 정규직은 12만3000원(4.5%) 뛰었다. 월급 인상 규모가 절대적으로 적은 비정규직 가운데 더 적은 임금을 받는 20대라도 재테크는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돈의 규모와 관계없이 개인 사정에 따른 지출규모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모으는 것보다 나가는 돈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20대 비정규직이 재테크가 어려운 것은 채무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20대의 통신요금 연체자가 45만2000명에 달한다. 이는 20대 전체 인구 중 6.74% 수준이다. 특히 29세 이하 청년들의 개인 워크아웃 신청률도 2013년에 6098명에서 2014년에는 6671명으로 573명 증가했다.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정부가 2014년 학자금 대출 연체자 5만8000여 명이 신용회복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신용유의자는 5.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구의역에서 사망한 청년의 기본급이 130만원, 연차수당과 식대를 포함해 144만원 정도를 받았다”며 “교통비, 통신비, 기타 생활 유지도 어려운 임금을 받는 20대 비정규직 청년에게 월급과 관계없이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말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테크도 세대격차…대중적인 ISA와 차별화되는 WM = 실제로 재테크는 소득 규모와 관계 없다고 입을 모으는 금융업계가 재테크 관련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테크 상품은 세대별로 나뉘지 않고, 직업군이나 재테크 목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의 재테크 영업은 ‘대중화-차별화’ 투 트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대별로 재테크 비중과 투자 대상을 집계하기 어렵지만 차별화 서비스는 주로 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부터 유행이었던 펀드는 이제 예·적금처럼 일반적인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들은 ELS, ETF, 금, 채권 등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도 전 국민 자산증식 프로젝트 일환으로 올해 3월부터 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를 실시해 재테크 대중화에 일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부터 ‘KB태블릿브랜치’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직원이 직접 찾아가 1대 1 전문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ㆍ적금, 대출, 카드뿐만 아니라 외환, 퇴직연금 등의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종합적인 자산관리 상담과 포트폴리오 설계 등도 가능해 영업점과 같은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월 수신평잔 1억원 이상의 고객에게 PB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올해부터 금융자산 1억원 미만 5000만원 이상 고객을 ‘준자산가고객’으로 분류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급이 적고 비정규직 비중이 큰 청년들의 경우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 재테크 입문 규칙으로 꼽힌다. 저금리 장기화, 주식시장 변동폭 확대 등 현재와 같은 금융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것은 쉽지 않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재테크의 기본은 종잣돈 모으기이므로 20대에는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절세상품, 소득공제 상품, 적립식펀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에 나선 것은 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와 별개로 금융업계는 부유층을 위해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자산관리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증권에 그룹 내 자산관리 부문과 상업투자은행 부문의 핵심축 역할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외국계 은행 중에는 씨티은행이 차별화 전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씨티은행은 올해 신흥 부유층 대상의 새로운 가치제안인 ‘씨티 프라이어리티(Citi Priority)’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 점주권마다 마케팅 전략을 세분화하기에 연령층이 각기 다르지만 VIP 자산관리 서비스는 주로 보유자산이 많은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 규모가 큰 장년층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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