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정책' 컨트롤타워 서별관회의 사라질까

입력 2016-06-0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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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모두 이 회의를 통해 내려졌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은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결정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시장 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회장이 언급한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이 기본적으로 참석하며, 사안별로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여 주요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비정기 회의체다. 서별관회의라는 명칭은 말 그대로 청와대 본관 서쪽의 작은 회의용 건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붙여졌다. 공식 기구가 아니다보니 속기록도 없고, 대통령기록물로 보관되지 않는다.

서별관회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통상 정책부터 이란 금융제재, 종합부동산세 등 민감한 현안들이 모두 여기서 다루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사실상 정례화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존폐 논란이 있었지만, 중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일요일에 회의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동양 사태’ 당시 서별관회의에서 봐주기를 결정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4조5000억 원을 지원받고도 회생에 실패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처리 방안도 이곳에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홍기택 전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 등의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청문회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청문회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많은 노동자가 실직의 아픔을 겪고 천문학적 액수가 투입된 사안이 어디로부터 잘못됐는지, 어떤 괸치금융, 정치수단이 동원됐는지 낱낱이 진상을 파악해야 고통 분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홍 전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조선산업 부실과 수많은 실직, 엄청난 재원을 풀어야 하는 구조적 부실이 이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최경환(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당시 금융위원장) 이 세 명은 서별관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가고 대책 논의한 배경이 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서별관회의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결정들이 서별관회의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결국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해당부처 수장이 지게 되며, 청와대는 뒤로 빠진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비겁한 면피용 회의”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청와대 지원 하에 일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에 부처에서도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이라며 “모든 문제를 공식기구에서만 논의할 수는 없는 것인데, 서별관회의가 마치 무슨 작당 모의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건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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