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제조업체 레노버가 증강현실(A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팹2 프로(Phab2 Pro)’를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 인수 이후 스마트폰 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레노버가 이른바 ‘탱고폰’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레노버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연례 혁신기술 콘퍼런스 ‘레노버 테크월드 2016’에서 구글 프로젝트 탱고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팹2 프로’를 선보였다. 구글이 개발한 프로젝트 탱고는 주변 환경을 감지해 AR을 활용한 게임이나 네비게이션 같은 기능들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레노버의 스마트폰에 4개의 카메라가 탑재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은 해당 기술 개발 사실을 2014년 초에 공개했으며 올해 1월 레노버와 프로젝트 탱고 기술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레노버는 팹2 프로를 오는 9월 연휴 시즌에 출시할 계획이다. 통신사 보조금 없는 언락폰 기준으로 팹2 프로의 가격은 499달러(약 58만원)다.
레노버는 팹2 프로와 함께 모듈 스마트폰 ‘모토Z’ 초안을 공개했다. 모듈폰은 레노버가 2014년 구글로부터 인수한 모토로라가 개발한 것이다. 이 스마트폰은 모듈 방식으로 사용자가 직접 기능을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조립식 스마트폰이다. 즉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스피커 및 프로젝터를 추가하거나 내장 배터리를 확장시킬 수도 있다. 이 스마트폰의 디자인에 할리우드 배우 애쉬튼 커쳐도 참여했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 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사는 지난 3월에 마감한 2015 회계연도 스마트폰 출하 대수가 13%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4분기 매출액이 20% 가까이 곤두박질치며 6년 만에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회사가 탱고폰으로 불리는 ‘팹2 프로’와 ‘모토Z’에 거는 기대는 크다. 양 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시중에 나온 미투(Me-too) 제품들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제품들이 그저 충분히 좋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새 제품은 레노버는 물론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