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친스키, 페루 대통령 당선…‘독재자의 딸’ 후지모리 간발의 차로 눌러

입력 2016-06-10 09:35 수정 2016-06-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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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77)가 페루 대통령선거에서 독재자 알레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 게이코 후지모리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쿠친스키는 페루 역사상 50여 년 만에 가장 치열한 대선을 거친 끝에 후지모리에 승리를 거뒀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페루선거관리위원회는 2차 대선이 치러진 후 나흘 만인 이날 100% 개표를 완료했다. 두 후보 간의 표차는 4만1438표에 불과했다. 쿠친스키의 득표율은 50.1%, 후지모리는 49.88%였다.

공식 개표가 끝났지만 잉크 번짐과 부적절한 표기 등으로 5만표의 투표 용지는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선관위는 승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쿠친스키는 트위터에 “페루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함께 일해야 할 때입니다”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페루 역대 최고령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 페루 국민의 여론이 양분됐다고 FT는 전했다. 게이코 후지모리의 아버지 알베르토는 1992년 친위쿠데타로 의회를 해산시키는 등 독재를 휘둘렀으며 선거 부정과 인권 탄압 등의 범죄 혐의로 현재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후지모리를 지지하는 세력도 여전해 게이코는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다. 그러자 독재자의 딸이 대권을 잡는 것을 우려한 반(反) 후지모리 세력이 결집했다. 결국 게이코는 두 차례의 대선에서 고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한 페루 고위 관리는 “쿠친스키는 신중한 성격의 경제학자 출신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페루는 칠레에 이은 세계 2위 구리 생산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속한 ‘변화를 위한 페루인 당’은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의석 130석 중 18석 밖에 획득하지 못해 의회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게이코 후지모리의 민중권력당이 73석으로 전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리스크메이플크로프트의 케이트 믹클레스웨이트 선임 라틴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민중권력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쿠친스키의 정책 이니셔티브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현 정부 하에 민중권력당이 했던 일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페루 경제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쿠친스키는 세금 인하와 인프라 지출, 투자 유치, 규제 완화 등으로 5%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페루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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