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논란이 되는 원격의료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재원부담 주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시범사업에 공적자금인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조항 등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다음 달부터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한 달에 2만7000원 정도만 부담하면 동네병원에서 전화상담을 통해 관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만성질환 관리수가 시범사업 추진계획’도 발표했다. 동네병원에서 만성질환자의 혈압ㆍ혈당 등 정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관리하고 전화상담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 7000~1만원의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해 주는 게 핵심이다.
의료계는 환자와 의사가 얼굴을 보지 않고 하는 진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것이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사전조치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진단과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원격의료와 다르다.
의료시민단체는 원격의료 의사에게 지급하는 원격의료 상담료에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새로운 시범사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텐데 이 비용을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하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수가 개발과 시범사업 방안에 대해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 방식(원격의료)을 통한 시범사업을 하면서 그 비용은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며 “주요 건강문제인 ‘만성질환 관리’를 전화나 화상상담으로 대체하는 것은 기계적 투약처방을 부추기고, 일부 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교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전국민주치의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원격의료는 효용성,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비용은 시범사업 주체가 전액 조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