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노인의 격조있는 방…편견을 깨니 칸에서 노크”

입력 2016-06-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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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가씨’ 류성희 미술감독

‘아가씨’로 한국 최초 칸 벌칸상 수상

허영욕망 스며든 코우즈키 서재 고민

시대고증 좇기보다 미학적으로 해석

새로운 도전 받아준 박찬욱 감독 감사

영화 ‘아가씨’는 공간과 미술이 하나의 캐릭터로 기능하며 배우들과 ‘밀당’을 즐기는 영화다. 그중 친일파 코우즈키(조진웅 분)의 서재가 인물들과 일으키는 에너지는 단연 압권. 성에 대한 변태적 욕망과 사대주의적 허영이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폭발음을 낸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한 ‘아가씨’의 미학적 성취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벌칸상(The Vulcan Award of the Technical Artist) 수상으로 응답받았다. 벌칸상은 미술, 음향, 촬영 등 칸영화제 초청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주는 상. 한국인 최초의 수상이다. 팀이 아닌 미술감독 개인에게 이 상을 주어진 것도 처음이다.

Q. 수상, 축하한다.

류성희: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소식을 듣고 “말도 안 돼. 인정할 수 없어!” 그랬다.(웃음) ‘비브르 사 비’(1062) ‘경멸’(1963)을 찍었던 촬영감독 라울 쿠타르, ‘화양연화’(2000)의 미술감독 장숙평 등 유명 테크니션들이 받았던 상이다. 그런 분들을 보며 스태프가 되고자 꿈을 꿨던 나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Q. 이번 수상은, 많은 한국 스태프들에게 좋은 자극이었을 것 같다.

류성희: 안 그래도, 왕래가 많지 않았던 스태프들에게도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다. 의미 있는 게, 다들 한국영화계의 경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저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받을 수 있는 건가요?”하면서 자기 일처럼 좋아해줬다.

Q. ‘아가씨’는 실내 분량이 상당히 많다. 공간자체가 또 하나의 캐릭터로 기능하기에, 미술감독에겐 도전정신을 일으키는 작품이지 않았을까 싶다.

류성희: 맞다. ‘국제시장’ ‘변호인’에서 시대극을 경험했고, 전작인 ‘암살’에서도 30년대를 다루긴 했다. 하지만 ‘아가씨’의 경우 시대고증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친일파의 공간, 혹은 친일의 분위기를 공간에 내면화해야 했기에 고민이 많았다. 겁이 나는 동시에 미학적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가장 흥미로운 공간은 코우즈키의 서재다. 다분히 변태적 욕망이 들끓는 남성들의 은밀한 공간. 여성 미술감독으로서 그 공간을 해석하는데, 다른 지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류성희: 그 공간을 시대적으로 어떻게 구현할까를 두고 박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다. 코우즈키의 도착적인 성(性)적 욕망이 들어선 공간이기에 단순히 고풍스러운 것으로는 부족했다. 고민 끝에 ‘서재 내부에 일본식 정원’을 들이는 느낌을 떠올렸다. 불편한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기에 오히려 품위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

Q. 박찬욱 감독과는 ‘올드보이’ 때 만나, ‘친절한 금자씨’ ‘스토커’만 제외하고 쭉 함께해오고 있다.

류성희: 박 감독님이 도전을 좋아하신다. 익숙하거나 전형적인 것은 멀리 하고. 미술 하는 사람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지. 모두가 그럴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이 그렇지 않거든. 특히 대자본이 투입된 영화에서 도전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중국-일본은 판타지ㆍSF 장르가 왕성하게 제작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리얼리즘 전통이 강하다. 그랬을 때 박찬욱 감독님 영화는 희귀한 면이 있다. 표현에 있어 용인되는 것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박찬욱 영화는 이상하다’는 이미지도 있지만, 반대로 그래서 한국영화에서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사진=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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