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51·끝] 고민과 대안을 담는 B.U.S…사람의 관심과 목표는 끊임없이 반영돼야 한다

입력 2016-06-10 13:31 수정 2016-06-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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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엽 Studio B.U.S 소장

컴퓨터학과 입학, 건축학과 전과

“일상공간 만들어 세상의 문 열자”

때마침 분 스마트폰 열풍에 자극

모바일 통한 소통 프로젝트 꾸려

최근 각종 미디어나 브랜드들은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를 수없이 사용한다. 삶의 질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가치관이자, 일상을 둘러싼 크고 작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거대한 개념이 됐다는 증거다. 무차별적인 인용과 상업적인 시도가 많아질수록 제대로 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을 지향하며 만든 그룹이 Studio B.U.S이다. By Undefined Scale의 약자로 도시에서부터 건축, 소프트웨어까지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영역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라는 의미다.

현재 Studio B.U.S는 Architecture와 Creative, 2개의 버스를 운영 중이다. B.U.S Architecture는 건축설계 디자인을 핵심 역량으로 갖추고 건축물을 통해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B.U.S Creative는 단순히 숫자 정보에 그쳤던 날씨 데이터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재창조해 ‘호우호우’라는 캐릭터로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두 기업이지만 공간과 기업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건축과 IT모바일. 대체 왜 함께하는 것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두 영역은 사람들의 24시간, 365일의 기본 배경이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내 과거사를 꺼내야 할 것 같다. 미술과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나는 숭실대 컴퓨터 학과로 진학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지평을 발견하고 사람들의 특별한 일상을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내가 체감한 컴퓨터학은 17인치 화면 안에 갇혀 있는 답답한 세상이었다. 결국 나는 2년 만에 건축학으로 방향을 틀어 동대학 건축학과로 전과했다. 일상의 근간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게 더 특별한 세상의 문을 열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성과도 제법 좋았고, 빠른 취업으로 남들보다 다양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주요 업무는 주택 설계였다.

그때, 마침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PC와 달리 스마트폰의 일상에 대한 지배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실제 공간보다 모바일에서 소통과 감각에 더 적극적이었다. 내게도 그런 변화는 충격이었다.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나가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도 이때였다. 2014년 초 나는 건축과 IT팀을 동시에 꾸려 사업을 시작했다.

B.U.S Architecture는 대학 동기였던 두 명의 친구(박지현·조성학 소장)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학생 때부터 함께 작업을 했던 우리 세 사람은 졸업 후 각기 다른 성격의 사무실에서 경력을 쌓은 뒤 의기투합해 뭉쳤다.

우리는 주택·상업시설·빌딩 설계와 리모델링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무엇보다도 주택 설계를 가장 주된 작업으로 삼는다. 여타 시설보다 의뢰인의 기호나 관심도가 가장 높게 반영돼서다. 의뢰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제대로 반영된 단 하나의 집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부부와 아이를 둔 40대 가족이다. 우리가 그들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점은 이들이 처음부터 돈이 많아 집을 짓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의지를 가지면 내 집을 지을 수 있고, 그 의지는 뚜렷한 인생관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결심했다. 대중이 더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합리적인 비용으로 그것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자고.

전체 건축시장은 10%의 건축가 시장과 90%의 평범한 건축물 시장으로 형성된다.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 몇 개나 되는지 거리를 10분만 걸어봐도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건축가는 10% 시장에서 경쟁한다. 그 시장 안에 있을 때는 그게 시장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밖에는 훨씬 큰 시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장이 이 도시의 대부분을 이룬다. 우리는 그 90%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창출하고자 했다.

아키텍처·크리에이티브, 두 ‘버스’

‘지향점 같은 사람과’ 중의적 의미

개인의 행복은 물론 기업의 성공

몇 년 뒤엔 또다른 팀 꾸릴 수도

우리는 출발선 상에서 두 가지 큰 난관을 만났다. 첫 번째는 사회적인 인식, 즉 건축가에 대한 일반인의 부담감과 오해다. 건축가는 어렵고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아 애초에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미디어를 활용했다. 딱딱한 포트폴리오 홈페이지가 아닌 쇼핑몰 구축을 통해 쇼핑을 하듯 건축 의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건축물을 영화의 배경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건축공간을 소비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두 번째 난관은 ‘효율적인 작업’이다. 90%의 시장이 형성된 것은 저렴하고 빠르게 건축물을 지으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들을 타깃으로 삼으려면 기존의 비용보다 비싸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랜 기간 업계에서 굳어져 온 건축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비용 역시 합리적으로 제공해야 했다. 난관을 극복해 나가기 시작한 지 2년. 우리는 동네 업자에게 일을 맡기려던 여러 명의 의뢰자 분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안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버스인 B.U.S Creative는 지인이었던 이용상 CTO, 차승학 CPO와 함께 시작했고, B.U.S Architecture가 막 태동할 무렵 나는 이 친구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했고, IT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독서모임은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국지적 날씨 변화를 사용자의 신고 데이터를 통해 보완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하지만 사용자의 신고 데이터가 가치있게 적용되려면 많은 유저 확보가 필요한 데다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날씨와 실생활 정보를 내 생활에 맞춰 알려주셨던 경험을 떠올렸다. 날씨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친구나 부모처럼 정보를 알려준다면, 반대로 유저도 캐릭터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경험과 유저들의 감성을 믿었고, 이는 몇 개월 만에 증명됐다. 출시한 그 해 기상청장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국내 날씨 분야 앱 중에서 2030의 독보적인 지지를 얻어 현재 50만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기상청보다 약 1시간 빠르고 정확하게 국지성 호우를 알려주고 있다.

유저들은 ‘호우호우’를 사용하기 전과 다른 변화된 라이프 패턴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날씨가 급변하면 ‘호우호우’에 이를 알려 주변 지역 유저들과 데이터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행동은 결과적으로 날씨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고 이후에는 더 유용한 정보로 되돌아온다.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날씨 이슈와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정보가 다른 만큼 우리는 앞으로도 커스터마이징된 ‘더 나은 습관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전혀 다른 영역의 두 회사가 함께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컴퓨터학과 건축학을 전공한 내 이력과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 덕이다. 이 때문에 팀원 모두가 제한된 영역과 직책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생산하길 권한다.

B.U.S Creative의 모태가 된 독서모임도 이런 취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좀 더 진화돼 매주 화요일 오후 모두가 함께하는 심야버스 프로그램을 운행 중이다. 매주 책을 읽고 대화하거나 함께 문화활동을 하고, 각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지내는지를 공유하면서 공감과 자극을 받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는 팀원 개개인이 관심 분야를 적극적으로 탐구하고록 권한다. 누군가는 공유주택 임대사업에 관심을 갖고, 누군가는 라이프스타일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 작은 관심과 시작이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그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B.U.S는 지향점이 같다면 쉽게 탑승과 환승을 할 수 있다는 버스(bus)의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 사람의 관심과 목표는 끊임없이 바뀌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은 그런 과정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행복은 물론 기업에도 기대 이상의 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몇 년 뒤 나는 전혀 다른 팀을 꾸려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을지도 모른다. Studio B.U.S는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tudio B.U.S 건축사무소 / Studio B.U.S제공(차지은 작가)
▲Studio B.U.S 건축사무소 / Studio B.U.S제공(차지은 작가)

△이병엽 소장은

1986 경기도 평택 출생

2005 숭실대 컴퓨터 학과 입학

2007 숭실대 건축학과 전과

2012 문훈건축발전소 근무

2014 Studio B.U.S 개인 사업자 설립

2014 B.U.S Creative 기상청장상 수상

2014 호우호우 공식 론칭

2015 B.U.S Creative 기상기업성장지원센터 입주

2015 주식회사 비유에스크리에이티브(B.U.S Creative) 법인 설립

2016 현재 B.U.S Architecture 소장, B.U.S Creative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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