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 계열사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전방위 수사를 시작하면서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의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 그리고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의 강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 롯데그룹의 2인자로 통하는 정책본부장 이모 부회장 등 핵심 임원 여러 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뒷돈을 받은 의혹으로 지난 2일 신영자(74)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자택과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처럼 롯데가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사정이 본격화하면서 호텔롯데 상장, 면세점 추가 특허 확보 등 롯데그룹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특히 롯데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제2 롯데월드 인허가를 비롯해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 변경, 맥주 사업 진출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올해 초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비리 수사를 준비해왔다는 사실은 이번 롯데에 대한 검찰수사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검찰 관계자가 “롯데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사건이라고 보면 된다”는 입장을 밝혀 수사결과에 따라 임직원 구속, 호텔롯데 상장 무산 등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의 롯데가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와 사정은 지난해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분쟁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과 비교가 안될만큼 큰 파문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상장 무산, 면세점 특허 추진 차질 등은 물론, 최악의 경우 오너가의 구속사태도 예상돼 경영공백마저 불러올 수 있는 창사 이래로 최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여기에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 롯데마트와 관련된 가습기 살균제 수사, 롯데월드타워 사업 지연 등 다른 악재들도 산적해 있어 롯데그룹의 위기는 이번 검찰 수사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0일 “검찰의 압수수색 내용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으나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