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국적에 이어 국부 유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롯데 법인들이 최근 5년간 한국 롯데 계열사로부터 18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호텔롯데가 5년간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계열사에 지급한 배당금이 1200여억원으로 같은 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의 7.5%에 이른다.
재벌닷컴이 13일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주 현금배당 내역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가진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법인들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832억3600만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1년에는 378억7500만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됐고, 이후 2012년 375억6200만원, 2013년 362억7900만원, 2014년 360억200만원, 2015년 355억1800만원 등이다.
일본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5년동안 호텔롯데에서 232억2300만원, 롯데케미칼에서 230억9900만원, 부산롯데호텔에서 98억6200만원 등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호텔 지분 19.07%을 비롯해 롯데물산 56.99%, 부산롯데호텔 46.62%, 롯데케미칼 9.3%, 롯데건설 1.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SDJ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캐피탈 등 한국 법인에서 118억7200만원을, 제과업체인 일본 롯데는 롯데제과 등에서 70억9000만원을 배당받았다.
'L투자회사' 12곳은 5년간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롯데 지분 15.63%를 보유한 L제4투자회사는호텔롯데에서만 5년간 190억4000만원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지분 10.41%, 6.07%를 각각 보유한 L제9투자회사는 139억5700만원, L제7투자회사는 128억900만원, L제1투자회사는 104억72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가장 적은 배당금을 받은 L제6투자회사가 5년동안 챙긴 액수는 55억500만원이다.
일본 롯데 계열사에 지급한 배당금을 한국 롯데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지분 99.38%를 일본 계열사가 보유한 호텔롯데가 120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케미칼 230억9900만원, 부산롯데호텔 211억550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앞서 12일 롯데그룹은 '국부 유출'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날 롯데그룹은 '최근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롯데는 1967년 설립된 이래 경영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의 99%를 국내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도 여러 차례 설명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2004년까지 일본롯데에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일본 국세청에서 일본롯데가 호텔롯데에 투자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을 문제 삼아 2005년부터 배당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일본 롯데가 해외 투자금에 대해 법을 지키는 선에서 최소한의 배당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2014년 롯데그룹 전체 영업이익 3조2000억원 가운데 일본 주주에 배당된 금액은 341억으로 약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외국인에게 삼성전자가 1조8900억원을, 현대·기아차가 6120억원을 배당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라는 것이다.
한편 호텔롯데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신주공모와 기존 주주의 구주매출 방식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L제4투자회사 등 일부 L투자회사들이 당장 1조원대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주주 보유분을 시장에서 공개 매각하는 구주매출이 예정된 곳은 L제4투자회사(251만주), L제6투자회사(406만주), L제5투자회사(368만5천주), L제2투자회사(340만주) 등 4곳이다.
이들 주주가 구주매출로 챙길 주식매각 대금은 최근 예고된 최저 희망 공모가인 8만5000원을 적용해도 1조1607억원에 이른다.
상장 이후 호텔롯데 주가가 올라 공모단계에서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은 나머지 L투자회사들도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하면 수조원의 국내 증시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그런 논리라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도 국부 유출로 봐야 한다"며 "롯데는 작년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 때부터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국내외 면세점 확장 등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