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에 칼겨눈 채권단…“조양호 회장 사재출연없다면 지원 불가”

입력 2016-06-14 08:45 수정 2016-06-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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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이 한진그룹을 향해 대주주 책임 분담의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인만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서도 사재를 출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3일 ‘금융개혁 기자간담회’를 통해 “채권단의 신규 자금지원은 자구계획 이행과정에서 일시적인 자금수급의 미스매칭에 대한 불가피한 지원으로 최소화 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인의 합리적인 손실분담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만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채권단에 자금지원 등을 요청한 한진해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부족한 전체 자금 중 일부인 40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부분을 채권단이 지원해달라는 의견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 같은 한진그룹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등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의 자금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룹이 됐든 회사가 됐든 한진해운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실사결과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2년간 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5월말 기준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액은 총 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스팬은 한진해운이 용선료 1160만 달러(약 137억원)를 밀렸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지난달에는 나비오스가 용선료 체납을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해운 소속 벌크선을 억류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용선료 체납이 해결돼야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조건을 내걸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밀린 용선료 연체액(1000억원)이라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채권단 차원에서 자금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회사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마련해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지지부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진그룹 차원에서도 뾰족한 묘수가 없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은 올해 1조원 이상의 채권을 발행했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규모 역시 1조원에 달해 추가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조양호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앞서 현대상선의 경우 자율협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 포기와 300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 감자 등의 사항을 논의하며 경영권 포기를 약속해 대주주 손실 분담 원칙을 확고히 한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의 한진해운은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고, 알짜 자산인 현대증권을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 현대상선과 사정이 매우 다르다”며 “한진 쪽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 조달 방안을 내놓으면 채권단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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