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4차 산업혁명과 규제개혁 패러다임

입력 2016-06-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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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4차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혁명이다. 매번의 산업혁명마다 그 시기는 더욱 짧아졌고, 그 사회적 충격은 더욱 더 커졌고, 세상의 선도국가가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은 1, 2, 3차 산업혁명에 비해서 더욱 빠르게, 더욱 복합적으로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지도자들의 정상회의의 주된 화두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인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의 한국의 대응 전략은 기술과 규제라는 양대 축으로 구성될 것이다. 한국의 현실이 23위의 기술 경쟁력과 70위의 제도 경쟁력의 결과, 26위의 국가 경쟁력을 기록한 것은 우리에게 더욱 시급한 숙제는 기술보다 제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는 지원과 규제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는 지원이 한국의 주된 정책이었다. 미래 선도산업과 선도기업을 선정하고 국가 예산으로 이들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한국이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우승한 비법이었다. 지금도 한국의 주된 국가 전략은 국가 후견주의에 기반을 둔 방대한 예산지원 정책이다.

그러나 ‘모방형 추격경제’에서 ‘선도형 창조경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과거의 핵심 역량이 이제 핵심 장애가 되고 있다. 추격자 전략에서 유효했던 지원은 선도 전략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선도 전략을 정부가 미리 판단해서 지원한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을 대폭 줄이고 규제 역시 대폭 혁신해야 할 것이다. 과거 추격자 전략에서는 선진국 사례를 모방하는 사전 규제 전략이 유효했다. 그러나 선도 전략에서는 우리 스스로 사례를 만들어야 하므로 이러한 포지티브 방식의 사전 규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초고속, 초융합으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기회이며 위기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규제 패러다임 혁신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드론, 자율차,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원격의료, 인공지능 등 거의 모든 4차 혁명의 핵심 산업에서 중국에 뒤진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의 결과라고 단언한다. 근본적 규제 혁신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다.

연간 150조원에 달하는 규제 비용 축소를 위해 현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 규제 비용 총량제, 규제 기요틴 제도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소기업 옴부즈맨실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현장 만족도는 28%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의 규제 정책에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규제는 본질적으로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다. 이를 강제로 강요하는 사전 규제는 거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초고속과 초융합의 특성을 가진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응하기 위해 공익과 사익의 갈등을 이기심의 승화로 극복하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으로 △규제 인프라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규제프리존 개선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의 개별적 규제 개혁의 한계를 규제 생태계적 접근으로 극복하기 위한 규제 인프라 구축 사업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규제의 비용·편익 자동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규제의 객관적 평가 도구를 제공하는 것과 열린 규제 처리 시스템이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평가로 전환하는 네거티브 규제는 ‘규제 지체’ 현상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현 정부의 핵심 규제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행정연구원은 현재의 개별적인 네거티브 규제 개혁의 성과는 행정 효율 향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그 이유는 네거티브 규제의 제약 요인인 사후 평가와 징벌 시스템의 체계화 부족 때문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네거티브 규제의 확산을 위한 시범 사업으로 매우 유용한 대안이므로, 조속한 법 통과와 동시에 혁신의 중심인 수도권 포함 등 유연성이 있는 운영을 촉구한다. 이러한 규제 패러다임 혁신으로 생긴 연간 150조원 규제 비용의 3분의 1인 50조원의 규제 비용 절감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제도 경쟁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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