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아흐레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시장은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안이 기각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찬성 여론이 우세해 브렉시트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ICM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 응답이 53%로, 반대 47%를 6%포인트 차로 눌렀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집계한 결과에서도 EU를 떠나야 한다는 응답이 47%로,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 45%를 소폭 웃돌았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더타임스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46%로, 반대 39%를 눌렀다.
다만 다른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이 지난 주말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반대가 43%로, 40%인 찬성을 소폭 웃돌았다. 그러나 이는 지난번 조사보다 격차가 1%포인트 줄어든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베팅업체 베트페어 조사에서 브렉시트 가능성은 28%로, 지난달 말의 19%에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23일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반대 의견이 이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터 켈너 전 유고브 사장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과 다른 해외 국가에서의 국민투표 경험을 살펴보면 이처럼 개헌에 가까운 논의가 이뤄지면 사람들이 어느 것이 위험하고 어느 것이 안전한 선택인지 두루 따져보다가 막판에야 최종 결정을 하기 마련”이라며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면 EU 잔류 의견이 막판에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NBC와 가디언 등은 최근 이민 이슈가 불거지면서 EU 탈퇴 진영이 모멘텀을 얻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지난 주말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용의자가 100여 명의 사상자라는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렀다. 가디언은 지난해 영국 순이민자 수가 33만3000명으로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며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브렉시트 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를 열흘 앞두고 영국 여론이 반으로 갈라진 가운데 찬반 진영은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태블로이드지 선은 지난 주말 170만 구독자에게 “우리는 여러분이 EU 탈퇴에 투표하기를 바란다”며 “영국은 브뤼셀(EU)의 독재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자유를 정해야 한다”고 촉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면 존 메이저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등 영국 전 총리들은 EU 잔류에 호소하며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를 측면 지원했다.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 신임 런던시장도 시내 곳곳을 누비며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럽 각국은 브렉시트 현실화에 불안을 표출하면서 영국의 EU의 잔류를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달 초 “영국이 EU의 핵심으로 남아야 한다”고 간청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영국이 EU를 떠나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에서 일고 있는 적대적 운동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헝가리와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은 8일 정상회담에서 브렉시트와 난민 할당제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