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주도 구조조정 돼야"… 금융 전문가들 한목소리

입력 2016-06-15 17:44 수정 2016-06-1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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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시장 자율에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 위주의 구조조정이 전문성도 부족할 뿐더러 시중은행의 여신관리 의지를 제한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양원근 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기업구조조정 지원체계 모색' 금융연구원·한국경제학회 공동토론회에서 '기업구조조정 지원체계 혁신 방향' 발표를 통해 "국책은행에 구조조정이 집중된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사 등이 경기악화로 인해 취약업종으로 분류됐지만 국책은행 지원으로 연명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산업은행과 같은 특수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채권 은행은 대기업에 대한 각각의 여신 심사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 국책은행의 지원여부에 의존해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안일한 여신 관리로 인해 산업, 기업 분석 및 리서치 기능 취약점이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최근 정상에서 요주의로 바뀌었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조정"이라며 "회수의문으로 지정해 은행이 좀 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은행의 비대화 또한 큰 문제로 지목됐다.

양 전 연구위원은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역할은 고도 성장기 국내자금을 집중적으로 대형 프로젝트에 몰아주는 역할을 해왔지만, 저성장기 선제적 구조조정의 전문성은 확보했는 지 의문을 제기했다.

국책은행 위주의 구조조정이 결과적으로 시장의 자율적 구조조정 시스템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은위주 구조조정이 있는 이상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 힘들다"고 우려를 표했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 보는 은행들의 여신 심사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부원장 보는 "은행 여신 심사가 냉정하고 철저한 분석 보다 정에 이끌렸던 게 원인"이라며 "살릴 기업 죽일 기업 등 옥석가리기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시장 주도의 상시적 구조조정 또는 인수합병(M&A)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시장 환경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 부원장 보는 "한계는 시장이 좁고 업황이 좋아하는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고 국내 시장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 시장의 형성이 되지 못한 데 대해 "그동안 금융권이 좋은 구조조정 시장, 펀드, 투자은행 등을 키우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어지지 않음에 따라 은행들의 수익은 계속 악화하고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 선진국 은행들과의 수익성 비교에서도 이를 잘 알수 있다.

미국 은행들은 2008년 수익성이 -23(평균 100 기준)까지 떨어졌지만, 2014년 105로 회복했다. 일본 은행들도 2008년 -56에서 2014년 116으로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2014년 평균 이하인 곳은 재정위기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유럽(31)과 우리나라는 세계 은행 평균 절반 수준(52)에 머물렀다.

싱가포르는 2014년 -11까지 떨어졌지만, 꾸준히 회복해 2014년 평균보다 두배(221) 수준으로 반등했다.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우수한 사례로 꼽히며 대표은행 3곳이 서남아시아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수익성 향상을 이끌었다.

양원근 전 연구위원은 "은행과 기업의 견제와 균형 관계가 구축돼야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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