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살균제 보상안 내놨지만… 피해자들 "선심쓰듯" 반발

입력 2016-06-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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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1억~1억5000 포함…피해자들 "다양한 상황 고려없어"

(노진환 기자 myfixer@)
(노진환 기자 myfixer@)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가 일부 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나 사과의 뜻을 다시 밝히고 보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보상안 자체가 미흡하고 다양한 피해자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데다 옥시가 진정성 없이 선심쓰듯 보상안을 밝혔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 대표는 18일 오후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 일부와 가족 약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사과·보상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사프달 대표는 자사 가습기 살균제로 인명 피해가 생긴 점을 재차 사과했다.

그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이후 더 빨리 적절한 사과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사과드린다"며 "피해자 여러분이 겪은 슬픔과 고통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성과 투명성의 원칙을 바탕으로 1·2등급 피해자분들에 대한 보상안을 우선 마련했다"며 "지원·보상 전담팀을 꾸려 피해자분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면서 올해 안에 보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옥시는 이날 내놓은 보상안에서 기존 치료비와 앞으로의 치료비, 장례비,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위자료 등을 산정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한국 법원의 판례가 100% 상해 또는 사망 위자료를 1억원으로 산정한 것을 고려해 사망자에 대해서는 1억5천만원, 1·2등급 판정 피해자에게는 1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보상안에 참석자들은 옥시가 피해자들의 다양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성의없는 안을 들고 나왔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아이 2명과 남편까지 온 가족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1∼3등급 판정을 받았다"며 "가족이 이렇게 통째로 피해를 본 경우, 혹은 3등급 피해자가 있는 경우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등 의문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몸이 아파 자녀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한 여성은 "엄마가 죽어가고 있어 돌보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무엇을 보상할 것이냐"고 울먹였고, 아들을 잃었다는 유가족은 "물질이 아니라 (아들의) 목숨을 돌려받고 싶다"고 소리쳤다.

옥시의 대응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다른 피해자 가족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인데 지금까지 이를 덮기에 급급하던 사람들이 바로 옥시 임직원"이라고 비판하며 "이제 와서 한국의 사망 위자료가 1억원이니 몇 천만원을 얹어주겠다는 태도는 뭐냐"고 반문했다.

특히 옥시는 이날 간담회장에 10여명의 경호요원을 배치하고, 평상복을 입은 직원 20∼30명을 간담회장 맨 앞좌석에 앉혀 빈축을 샀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존 리(현 구글코리아 대표ㆍ사진) 전 옥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17일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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