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저 경기를 마친 안시현은 딸 그레이스(5살)와 함께 클럽하우스에서 잠시 쉬다가 연장에 대비해 그린에서 퍼팅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우승이 확정되자 딸을 안고 기뻐했다. 박성현의 퍼팅이 끝나기도 전에 안시현은 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에게 축하 전화를 받았는데, 이날 일본 니치레이 레이디스에서 우승한 신지애의 전화였다.
안시현은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유럽, 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661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합계 이븐파 288타를 쳐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23·넵스)을 1타차로 제쳤다.
국가대표 출신의 안시현은 2003년 제주도 나인브릿지골프클럽에서 열린 국내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현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신데렐라’의 닉 네임을 얻은 베테랑이다. 이후 LPGA 투어 시드를 받은 뒤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2004년 LPGA투어 신인상을 수상했다.
국내 대회는 200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엑스캔버스오픈 우승했다.
시즌 4승을 올린 박성현은 지난해 우승할 때와 같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4일간 대회는 누가 스코어를 잘 지키느냐가 관건이었다.
한,두개홀을 빼놓고는 우승권 선수들이 모든 홀에서 진땀을 흘렸다.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 그리고 빠른 그린이 선수들을 충분히 괴롭혔다. 특히 선두를 달리던 선수들은 악몽의 홀인 ‘곰의 지뢰밭(베어스 랜드 마인)’인 12번홀(파3 128m), 13번홀(파4 340m),14번홀(파5 490m)에서 대부분 스코어를 잃었다. 박성현도 12번홀을 피해가지 못하고 보기를 범해 연장기회가 날라갔다.
최종일 서너홀을 남기고 국가대표 출신의 선후배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결국 ‘곰의 지뢰밭’에서 망가지며 순위변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베어스홀에서 안시현은 모두 파로 잘 막았다. 특히 16번홀(파4)에서 잡아낸 버디가 우승을 결정짓는 ‘천금의 퍼팅’이었다.
선두권을 형성하며 5년만에 이 대회 우승이 기대됐던 정연주(24·SBI저축은행)는 11, 12, 14번홀에서 4타를 까먹으며 뒷걸음질 쳤다. 부상투혼을 발휘한 김해림(27·롯데)도 전반에 5타를 잃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선두권에서 유일하게 우승이 없던 김소이(22·동아회원권)도 12, 13번홀에서 무너졌다. 이날 5타를 잃어 김소이는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조정민(22·문영그룹)과 배선우(22·삼천리)와 함께 2오버파 290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주부골퍼’홍진주(33·대방건설)은 4오버파 292타를 쳐 공동 6위에 랭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