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왼쪽) 전 금융위원장이 펴낸 ‘한 끼 식사의 행복'.
이 책은 김석동 전 위원장이 공무원 후배와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난 3월 비매품으로 찍은 것이다. 1200부가 불티나게 팔리자 출판사가 두 달 만에 판매용으로 재출간했다.
책에 소개된 식당 91곳은 냉면, 막국수, 칼국수, 설렁탕 등 한 끼에 1만원이 넘지 않는 서민 맛집이다. 1인분에 1만5000원인 여의도 생태탕집을 소개하면서 “가격 때문에 소개를 망설였다”고 할 정도다.
30년 이상을 금융·경제 관료로 치열하게 살며 ‘대책반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 전 위원장이 틈틈이 즐겨 찾는 식당이 총망라됐다. 대부분 30~40년 역사를 자랑한다.
김 전 위원장은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다녀가 검증된 곳만 골랐다”며 “위치나 환경이 다소 떨어져도 맛 중심으로 엄선했다”고 강조했다.
미식가로 알려진 김 전 위원장이 맛집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곧 시행될 ‘김영란법’ 때문이다. 올해 9월 말부터 공무원, 공기업 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은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으면 처벌받게 된다.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거기에 맞춰서 생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비싼 음식점에서 한 번 먹는 것보다는 저렴한 곳에서 여러 사람과 한 끼 식사를 나누고, 10만원짜리 명절 선물을 5만원으로 나눠 두 사람에게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