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이 없는 제약산업은 죽은 산업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올해 초 열린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R&D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8조원대 대규모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업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한미약품의 성공은 과감한 R&D 투자가 바탕이 됐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이를 통해 국내 상장 제약사들이 R&D 투자 비용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제약사 96곳의 R&D 비용은 1조1694억원으로 전년(1조402억원)보다 12.4% 증가했다. 특히 상위 10대 제약사의 R&D 비용은 총 연구개발비의 53.3%(623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R&D 비용을 투자한 곳은 한미약품으로 매출액 대비 15%에 달하는 1871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한미약품에 이어 대웅제약(1019억원), 녹십자(1019억원) 등 3곳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R&D 투자의 활발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제약사가 나타났다. 셀트리온제약은 1분기에 연구개발비(91억원)로 투자한 금액이 매출액의 50.9%를 넘었다.
1분기 중 연구개발비에 가장 많이 투자한 업체도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422억원을 투자했으며, 뒤이어 종근당 270억원, 대웅제약 258억원, 녹십자 218억원, LG생명과학 201억원, 유한양행 195억원, 동아에스티 166억원, 일동제약 138억원 등이 분기당 100억원을 넘겼다.
올해 한미약품은 2000억원 이상, 유한양행과 종근당은 1000억원 이상, 녹십자는 1300억원, 대웅제약은 1200억원 정도의 금액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증가를 통한 성과는 시장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상장 제약사 96곳의 매출액은 16조4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1709억원으로 전년(1490억원) 대비 220억원 증가했으며, 기업 규모별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한 기업도 전년 대비 5개 늘어난 45개사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6% 증가한 1조8240억원으로 약값 인하 이전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1.1%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해 최근 5년 중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셀트리온이 2541억원으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실현했고, 한미약품 1803억원, 한미사이언스 1520억원, 녹십자 849억원 순이었다. 특히 한미약품은 대규모 기술 수출로 전년(36억원) 대비 4848.4% 급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유원 연구원은 “현재 수준의 성장이 지속한다면 2016년에는 유한·한미 외에 새로운 제약사가 추가로 매출 1조원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