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김치업체 대표들이 중국 김치시장 공략을 위해 원정길에 올랐다. 가격으로는 경쟁이 될 수 없지만 품질에서 격이 다른 차별화로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의 입맛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센터에서 20일 열린 식품안전전람회에 한국의 김치제조 중견기업인 한성식품과 풍미식품, 대일, 야생초 4개사가 참가해 한국관 부스에 자리했다. 이들은 22일까지 열리는 전람회에서 중국 김치시장에 고급 국산 김치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중국국제전람센터는 우리나라의 코엑스처럼 각종 분야의 국제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개시일인 이날 해외 바이어와 참관객의 이목은 국악 공연을 통해 한국관으로 집중됐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44호인 최경만 전 중앙대 교수의 태평소 가락이 흐르자 지나가던 인파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한국관으로 향했다. 이어 펼쳐진 부지화 예술단의 흥겨운 타악 공연에 관람객들은 카메라와 휴대폰 플래시를 연신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다.
부지화 예술단 단장인 강현준 문화디자인 이사는 “우리 국악 공연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만큼 김치 수출 소식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에 부응한 듯 국악 소리에 모여들었던 인파는 공연이 끝나자 김치냄새가 진동하는 바로 옆 부스로 눈을 돌렸다.
전람회에 참가한 4개 업체는 각각 준비해 온 시식용 김치로 이들의 발길을 잡았다. 한국관 행사를 공동 주최한 세계김치연구소와 대한민국김치협회는 현지 바이어와 업체 간 통역 지원 등을 통해 수출 성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이들 산연 합동 김치수출단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십kg 분량의 김치를 아이스박스에 넣어 항공기에 싣고 함께 날아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절임채소 검역기준 완화로 대중국 김치 수출길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김치수출단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각오로 행사 전날 푹푹 찌는 폭염 속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금석 대일 대표이사는 이날 외국 바이어들에게 자사의 김치를 먹여 주는 등 관심을 끌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홍 대표는 “(우리와 중국의) 배추 원가부터 2~3배 차이 나는데, 여기에 인건비와 신선도 유지비, 운송비 등을 계산하면 가격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며 “결국 수출은 프리미엄 김치를 사 먹을 수 있는 중국의 상류층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풍미식품은 우리나라 김치 명인 중 한 명인 유정임 대표가 고운 한복을 입고, 천연 양념을 사용해 만든 김치를 선반에 올려 인기를 끌었다. 세계 각국의 바이어 중에는 한국관 부스를 한 바퀴 돌며 업체들이 선보인 제품군을 모두 맛보는 경우가 많이 포착됐다. 맛보는 정도를 넘어 배추로 배를 채울 듯한 기세로 김치를 맛있게 먹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한성식품의 이지환 차장은 깻잎양배추말이와 미니롤보쌈, 미역 김치 등 특허 받은 제품을 소개하며 바이어들과의 상담으로 분주했다. 야생초가 내놓은 유산균 저염김치는 해외 바이어들 중에서도 서양인 입맛에 잘 맞아 보였다.
러시아 바이어들은 저염김치를 종류별로 시식하며 “베리 굿, 베리 나이스”를 연발했다. 남우영 야생초 대표는 “러시아를 비롯해 긍정적인 비즈니스 상담이 몇 건 된다”며 수출 성과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