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분양시장 긴급 진단] 강남발 투기 광풍 잠재우는 비법은?

입력 2016-06-22 07:00 수정 2016-06-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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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입주 아파트 쓰나미’ 몰려와

▲연도별 주택건설 물량(자료=국가통계포탈, 전체 물량에는 별도 다가구숫자를 포함)
▲연도별 주택건설 물량(자료=국가통계포탈, 전체 물량에는 별도 다가구숫자를 포함)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아파트 분양시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청약 경쟁도 치열하고 물량도 풍성하다. 올 들어 5월까지 14만3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물량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연말까지 45만~50만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예상한다.

지난해 아파트만 무려 53만4000여 가구가 공급됐고 지지난해도 34만7000여 가구가 분양됐다. 공사 기간 3년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맞게 된다. 내년부터 ‘아파트 입주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연간 가구수 증가분과 철거로 없어지는 멸실 주택 등을 따져 추산한 적정 주택 수요가 연간 35만여 가구여서 그렇다. 이는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등 주택 전부를 계산한 숫자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아파트만 88만 가구 정도 공급됐으니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다가구주택 내 별도 가구를 포함한 전체 주택인허가 물량은 88만5000여 가구였고 2014년에는 62만2000여 가구가 공급됐다.

이런 불길한 조짐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아파트 분양시장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3.3㎡당 분양가가 4000만 원을 웃돌아도 청약경쟁은 치열하다. 비싸도 살 사람이 넘쳐난다는 의미다.

분양권 전매도 활발하다. 올해 5월까지 서울 지역 분양권 거래 건수가 2830건으로 조사됐다. 2006년 통계를 잡은 이후 최대 수치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혼탁해졌다는 소리다.

이유가 뭘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당첨만 되면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고 있으니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청약 통장만 있으면 청약에 나서는 분위기다.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구입자금이 부족하면 분양권을 되팔면 된다.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 아무 걱정이 없다.

계약금 낼 돈이 없어도 당첨권 자체를 넘기면 수익이 생긴다. 일단 당첨자 앞으로 명의를 뒀다가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나면 실수요자 앞으로 넘기는 방식의 거래 행태가 성행하고 있어서다.

분양권도 마찬가지다. 전매가 가능한 경우 바로 명의를 바꾸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다린다. 분양권을 산 사람이 중간에 되팔기도 한다. 중간에 사고팔면 전혀 흔적이 남지 않는다. 당첨자와 최종 매입자만 남고 나머지는 기록에서 빠진다. 시세 차익을 남겨도 세금 한 푼 안 내도 된다.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나 주택 수급 상황을 볼 때 조정기에 들어가야 할 아파트 분양시장이 계속 호황을 누리는 연유는 바로 분양권 전매 활기 때문이다.

주택청약통장이 넘쳐나는 것도 한몫한다. 5월 현재 전국에 1순위 주택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975만여 명이다. 서울도 273만여 명이나 되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560여만 명이다. 잠재적인 청약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소리다. 아파트 청약 경쟁이 치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당첨만 되면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하니 누가 청약을 마다하겠는가.

한 부동산서비스회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분양권의 평균 프리미엄은 2645만 원으로 분석됐다. 평균치가 그렇다는 소리지 인기지역은 억대가 넘는다. 최초로 분양가 4000만 원대를 넘겨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왔던 서초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의 대형 평수는 지난 3월 분양가보다 3억5000만 원이나 비싼 값에 팔렸다. 신반포 팰리스 중형타입도 3억3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 정도이면 아파트 청약에 목을 맬 만도 하다.

프리미엄은 왜 붙는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으면 생긴다. 분양가가 좀 높더라도 미래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웃돈이 붙게 된다.

그것보다 주택업체들의 분양가 올리기 경쟁이 더 큰 원인이다.

같은 지역에서 분양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분양가가 올라가면 먼저 분양한 아파트는 당연히 웃돈이 생긴다.

일반 수요자는 이런 현상을 감안해 미리 분양을 받아 놓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권 아파트 현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더 심하다. 전체 건설물량의 60~70%는 조합원 몫이다. 그만큼 분양이 됐다는 소리다. 이 정도의 물량이면 공사를 진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일반 분양분이 제대로 팔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부러 일반분의 분양가를 잔뜩 올리는 경우도 있다. 분양가가 높아질수록 조합원 자산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분양 경기까지 따라주니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계속 치솟게 돼 있다. 오는 10월쯤 분양계획이 잡혀 있는 청담동 한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를 3.3㎡당 5000만 원 이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집값도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재건축 대상 단지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여의도를 비롯해 목동·상계동 재건축 추진 단지 가격이 들썩이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1%대 저금리 기조도 아파트 시장을 달구는 한 요인이다.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으니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다주택자를 키우는 정책을 내놓아 여유계층의 주택수요가 크게 늘었다.

L전자 임원으로 퇴직한 K씨는 여윳돈 30억 원의 절반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도심권에 있는 중소형 아파트를 5채를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요즘 K씨와 같이 인기지역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만큼 주택 구매 수요가 풍성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젊은 층을 비롯해 내집 마련 수요자의 분위기가 새 아파트를 원하는 추세다. 새 집으로 갈아타려는 유주택자도 적지 않다. 세입자들도 임대료를 더 내더라도 최근 완공된 집으로 가고 싶어 한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배경에는 이런 요인이 담겨져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앞으로 닥쳐올 입주 쓰나미로 인해 어렵사리 살려놓은 주택시장이 무너지게 된다면 큰일이다. 저성장 구조에서 경기가 한 번 꺾이면 마땅한 처방책이 없다. 오랜 기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주택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광기 어린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분양권 전매기간을 대폭 강화해 투기적 수요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존 주택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상한제 폐지의 목적은 다 이뤄졌다. 일단 주택경기를 살려 놓았으니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신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살림살이가 어려운 계층이 무주택 서민이다.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도 좋지만 임대료가 낮은 주택이 많아야 주택문제가 해결된다. 서민의 주택문제는 이미 완료됐어야 했다. 너무 민간 주택 쪽에 정책의 무게를 두는 바람에 지금도 비싼 전·월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모든 시장이 그렇지만 주택시장도 정상적인 템포를 유지해야 오래 평화가 유지된다. 너무 침체되거나 과열되지 않아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시장 분위기가 정상 궤도를 벗어나면 곧바로 바로잡아야 한다. 아파트 시장이 이토록 과열된 것은 정부가 제때 손을 쓰지 않아서 그렇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왜곡된 주택시장을 바로잡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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