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계열사 총동원'..대웅제약, 눈물겨운 매출공백 만회 몸부림

입력 2016-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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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아티린ㆍ알비스 등 간판품목, 경쟁사로 대거 판권이전

대웅제약이 간판 주력 품목의 판권을 경쟁사에 빼앗긴 데 따른 매출 공백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업 성격이 다른 지주회사와 계열사까지 총동원하고 전사적으로 영업력을 집중하며 상당부분 효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21일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의 원외처방실적 자료에 따르면 대웅바이오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타민'은 지난달까지 153억원어치 팔렸다. 전년동기대비 무려 856.3%의 성장률이다. 올해 매출 300억원 돌파도 유력한 페이스다. 이에 반해 같은 성분의 대웅제약 '글리아티린'은 지난달까지 111억원의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7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대웅바이오는 대웅제약의 지주회사인 대웅의 100% 자회사다.

▲글리아티린·알비스 등 원외 처방실적 추이(단위: 억원, %, 자료: 유비스트)
▲글리아티린·알비스 등 원외 처방실적 추이(단위: 억원, %, 자료: 유비스트)

표면적으로는 대웅제약이 팔아왔던 글리아티린의 매출을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상당부분 잠식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복잡한 사연이 숨어있다.

글리아티린은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제품으로 대웅제약이 2000년부터 국내 판권 계약을 맺고 판매해왔다. 연간 6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대웅제약의 오랜 효자 제품이었다. 그런데 지난 1월 이 원료의약품의 판권과 상표 사용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가면서 종근당이 '종근당 글리아티린'이라는 상표명으로 팔기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되자 지난 4월 글리아티린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고 기존에 생산한 물량만 판매했다. 재고가 소진되면 글리아티린의 매출은 '0'이 되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이 원료 판권과 상표권을 종근당에 넘긴 '글리아티린'
▲대웅제약이 원료 판권과 상표권을 종근당에 넘긴 '글리아티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웅제약은 '계열사 카드'를 꺼냈다. 대웅바이오가 보유한 같은 성분의 복제약(제네릭) 글리아타민의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10년 넘게 글리아티린을 팔았던 영업력이 글리아타민에 집중되면서 지난해 74억원에 불과했던 글리아타민의 처방실적은 올해 5개월 동안 15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글리아타민은 허가권은 대웅바이오가 보유하고 있어 대웅제약의 매출에는 잡히지 않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글리아티린의 판권 이전에 따른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운 셈이다.

올해 5월 누계 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의 처방실적은 26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9% 감소하는데 그쳤다.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가져간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의 처방실적이 77억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계열사를 활용한 영업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은 간판 개량신약 '알비스'의 경우는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지주회사를 동원하는 전략을 구사한 케이스다. 지난 2000년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알비스는 ‘라니티딘’, ‘비스무스’, ‘수크랄페이트’ 등 3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위장약이다. 연간 600억원대 매출로 국내업체가 개발한 의약품 중 선두권을 기록하는 대형 품목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이후 국내업체 58곳이 제네릭을 발매하며 알비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웅제약의 위장약 '알비스'
▲대웅제약의 위장약 '알비스'
대웅제약은 복제약으로부터 알비스의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구성 성분의 용량을 2배로 늘린 '알비스D'를 발매했는데, 이 제품은 대웅제약의 지주회사인 대웅이 허가를 받았다. 알비스D를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대웅과 대웅제약은 각각 2014년 5월, 7월에 알비스D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착수했고, 대웅이 먼저 알비스D의 개발을 완료하자 대웅제약은 개발작업을 중단했다. 대웅의 알비스D 영업은 역시 대웅제약이 맡았다.

이 전략도 효과를 거뒀다. 지난달까지 알비스의 누적 원외 처방실적은 186억원으로 전년대비 16.2% 줄었지만 알비스D가 78억원의 매출을 기록, 오히려 전체 매출은 제네릭 제품들의 집중 견제에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대웅제약의 계열사 활용 전략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지주회사인 대웅은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했으며, 대웅바이오는 원료의약품이 주력 사업부문이다. 사업 성격이 다른 계열사를 외형 확대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말 주력 제품들의 판권이 대거 이전하면서 전사적으로 매출 공백을 만회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말 글리아티린을 비롯해 자누비아, 바이토린 등 동시다발로 간판 제품의 판권을 경쟁사에 빼앗기면서 발생할 매출 공백이 연간 약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열사를 총 동원하면서 영업력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대웅제약은 자누비아의 판권 이전이 결정된 이후 올해 초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 판권 계약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에 "국내에서 개발한 가장 효능이 우수한 제미글로로 새롭게 인사를 드리겠다"는 홍보물로 사전 영업을 펼치며 매출 손실을 줄이겠다는 절박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웅제약이 올해 초 '제미글로' 사전 영업을 펼치면서 의료진들에 배포한 홍보물
▲대웅제약이 올해 초 '제미글로' 사전 영업을 펼치면서 의료진들에 배포한 홍보물

실제로 대웅제약의 영업력은 당뇨약 판매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대웅제약은 2008년부터 판매했던 MSD의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의 판권을 종근당에 뺏기자, 유사 약물인 LG생명과학의 신약 '제미글로'를 장착하며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제미글로의 지난달까지 192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리며 매출 신기록을 세울 태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주력 제품의 판권 이전에도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면서 "올로스타, 나보타 등의 신제품도 선전하고 있어 올해 매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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